"갑오년 새해는 해운업계가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수출품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선이 세계 곳곳을 신명나게 활보하는 시대가 됐으면 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더 적극적인 해운산업 지원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해운업계의 사기를 높여줬으면 합니다. 세계를 돌아 최근 부산항 신항에 입항한 4700TEU급 컨테이너선인 '현대인테그랄호'의 정용 선장(49)은 지난해 12월 30일 부산파이낸셜뉴스와의 선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새해 소망과 희망사항을 밝혔다.
정 선장은 "해운업은 수출입 물품을 운반하는 데 있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경제의 기반산업"이라면서 "최근 세계 거대 해운사들까지 서로 동맹을 맺고 통합적인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인 이른바 '치킨게임'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소개했다. 정 선장은 지난 1991년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5년 남짓의 육상근무를 제외하고 약 18년간을 해상의 수출전선에서 활동한 베테랑 선장이다.
부산파이낸셜뉴스는 지난해 12월 30일 정 선장과의 선상 인터뷰를 통해 해운산업 현황과 실태, 선장으로서의 고충과 희망사항 등을 들어봤다.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해운업계가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해운시황이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보니 국내 해운회사들도 전반적으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해운업이 외국의 다른 회사들과 바로 경쟁하는 체제이다 보니 지금처럼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 해운회사만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솔직히 해양수산부까지 부활하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국가 기반산업으로 꼽히는 해운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유동성 등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현대인테크랄호에는 몇 명이 근무하나.
▲현재 22명이 승선 근무를 하고 있다. 이 중에 10명의 한국 국적 사관이 있고 12명의 필리핀 부원이 있다. 한국 국적 10명 가운데는 2명의 한국해양대 출신 여성 근무자가 포함돼 있다.
―미주~동남아항로를 운항하는 현대인테그랄호의 기항지는.
▲현대인테크랄호는 부산을 출발해 서배너~뉴욕~노폭~잭슨빌(이상 미국)~만잘리노(파나마)~부산~가오슝(대만)~닝보~상하이(이상 중국)~부산 등을 약 70일 동안 일주한다.
항구 간 거리는 부산에서 파나마운하를 통항해 약 18일 만에 미국 항만에 도착한다. 짧은 거리로는 중국 항만 간 거리가 하루도 안 걸린다. 70일 동안 일주하면서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모두 느낀다. 지금 가오슝은 봄이나 가을 날씨고 파나마는 여름이라 반팔을 입고 다닌다. 부산과 뉴욕은 겨울이다. 태평양을 횡단하는 알래스카 해역은 한겨울이다. 그래서 배 안에서는 춘추복 위주로 입고 항상 외투를 챙겨둔다.
―화물을 많이 싣고 다니는 컨테이너선박은 정시성과 경제성이 매우 중요한데.
▲컨테이너선박은 운항 속도에 따라 연료비 차이가 매우 크다. 최대 속도인 23노트로 운항할 경우 하루 연료비(벙커C유)가 1억600만원가량 들지만 경제속도인 15노트로 달리면 3450만원가량으로 약 3분의 1밖에 안 든다. 야간 하역비용이 주간보다 휠씬 높은 미국 항만 등은 하역시간을 맞추는 것도 중요해 정시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최근 같은 해운업계의 어려움 속에서는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운항한다.
―해운업계의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 운항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해운시황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무엇보다 선장으로서 막중한 책무를 느끼며 근무에 임한다. 조그만 사고도 발생하면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입출항 때 각별히 신경을 쏟는다. 항구와의 거리가 짧은 중국 지역을 운항할 때가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해상교통량이 많아 입출항 때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태평양을 횡단할 때는 망망대해에서 큰 배나 작은 배나 기후에 영향을 받아 흔들리는 것은 똑같다. 기상이 안 좋은 지역을 피해서 파도에 화물과 선체가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나에게 맡겨진 승무원에 대한 책임감에 자부심도 느낀다.
―장기승선에 따른 운동 부족이 문제일 텐데,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수출입화물을 제때 안전하게 수송하고 선원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등 책임감이 큰 만큼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선원들도 잘 다독거려준다. 나 자신도 철저한 자기 관리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책을 보거나 하루 30분 이상이라도 꼭 운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여러 나라 항구를 이용하는데 부산항의 항만서비스는 어느 수준인가.
▲부산항의 크레인 하역작업 속도 등 항만서비스는 최고 수준이다. 기상여건도 경쟁항만인 중국 등에 비해 매우 좋은 편이다. 중국 항만은 안개가 자주 끼어 입출항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은데 부산은 그렇지 않다. 부산항은 도선거리도 세계 다른 항만보다 짧고 관제서비스도 우수하다. 하지만 현재 북중국 등에서 항만터미널을 계속 늘려 나가 환적화물 유치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부산항의 서비스 수준을 더욱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컨테이너선 선원을 위한 부산항의 편의시설은.
▲최근 건조된 일부 선박은 실시간 인터넷서비스가 가능한 배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 되고 이용비용이 매우 비싸다. 현재 하루에 5분가량씩 다섯 번 인터넷에 접속, e메일 확인 등을 한다. 그래도 통신비용이 150만~200만원 나온다. 통화는 원활하지만 이 또한 비용이 만만찮아 미국 등에 도착하면 인터넷 화상통화를 이용하기도 한다. 항로를 돌면서 항구마다 �게는 12시간, 길게는 24시간가량 머무른다. 부산항 신항은 규모 및 주변국 항만에 비해 컨테이너 선원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현재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선원회관(seaman's club)을 시급히 확충해 내국 승무원은 물론이고 외국 선원들이 부산항에서 원활한 인터넷 서비스와 최소한의 복지(목욕·이발·식사 등), 휴식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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