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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실종가족법 만들어 체계적인 지원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1.09 16:57

수정 2014.10.30 17:25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 “실종가족법 만들어 체계적인 지원을”

"올해도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일하는 데 필요한 돈도, 사람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사회적 관심이 부족해요. 더 많은 사람이 실종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51·사진)는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아쉬움과 서러움으로 가득 찬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실종가족에 대한 지원 확대, 실종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 보호시설 수색 강화 등 일일이 열거하기 벅찰 정도다.

■실종가족 지원 확대가 당면과제

서 대표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라야 연간 5회 정도 전단지·플래카드를 만드는 비용과 심신이 허약해진 실종가족들의 의료비 등 가구당 130만원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정도면 무관심이 아니라 '방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식적으로 파악된 실종가족이 전국에 900가구가량 되는데 지원예산은 연간 50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하루빨리 '실종가족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종아동 관련 업무를 위탁할 전문기관 선정을 위해 해마다 입찰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하겠다는 곳이 없어서 지금까지 줄곧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맡고 있어요. 예산지원은 10억원이 안 되는 데 들어가는 돈은 15억원 가까이 됩니다. 나머지는 후원금으로 채워넣는 구조예요. 그나마 예산도 지난 2006년 첫 지원 이후 조금 올랐다가 다시 깎여 지금은 8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서 대표는 실종 및 아동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아이가 실종된 후 공소시효가 바로 시작되는데 실종아동의 부모 입장에서는 '피가 바짝바짝 마른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공소시효가 당장이라도 폐지되면 좋겠지만 최소한 새로운 단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공소시효가 중단돼야 한다"며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아울러 전국의 보호시설 등에 대한 일제 수색을 벌일 때 정신병원도 포함할 것을 주문했다. 대부분의 시설은 문을 열었지만 정신병원은 아직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 등을 근거로 비협조적이라는 설명이다. 실종자들을 찾을 때만이라도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다른 법보다 우선 적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서 대표는 "실종 문제 해결에 정부도 더욱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문 등을 미리 등록했다가 실종 시 이를 활용해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등록제' 역시 '할 수 있다'(임의법)가 아니라 '해야 한다'(강제법)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서 대표의 생각이다.

■실종가족 위한 쉼터 만들 것

서 대표는 한때 전북 남원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던 건실한 사업가였다. 평범하지만 남부럽지 않을 만큼 행복한 가정이었다.

그의 인생에 폭풍이 몰아친 것은 지난 1994년 봄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우 열 살이던 외동딸 희영이가 실종된 것이다.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다오겠다며 집을 나간 것이 희영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서 대표는 그 후로 몇 달 동안 희영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는 "아이가 실종되면 부모가 생업을 포기한 채 전국을 헤매면서 경제적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가정 파탄, 가족 해체로 연결된다"며 "특히 (실종아동 이외에) 남은 아이들의 경우 결손가정에서 자라게 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도 힘든 시기를 겪었다. 소소한 말다툼이 계속되면서 부인과 멀어졌고 희영이 할머니는 손녀를 그리워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서 대표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2006년 신학 공부를 시작해 2010년에는 목사 안수를 받았고 경기 과천의 새빛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다. 하지만 교회와 협회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교회에 소홀해지고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지금은 협회 업무에만 매진하고 있다.

서 대표는 희영이를 찾으러 다니면서 만난 실종가족들과 교류를 이어오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2006년 실종아동찾기협회를 만들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었기에 서 대표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협회는 아이를 잃어버린 가족들을 위로하고 아이를 찾는 방법 등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힘이 돼주고 있다.
서 대표는 "실종부모들이 협회를 많이 의지하고 있어 이제는 도망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여건이 되면 실종가족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은 쉼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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