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러워요, 그래도 재미있을 겁니다."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53·사진)은 요즘 잔뜩 긴장해있다. 대학 졸업 후 안애순무용단을 창단해 작품을 올린 지 이제 30년이 다 돼간다. 해마다 한두 작품은 신작으로 올렸고, 한국공연예술센터 예술감독 등을 맡으면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친 국내 대표적인 현대무용 안무가다.
지난해 7월 홍승엽씨에 이어 국립현대무용단 2대 감독으로 부임해오면서 이 단체의 정체성 찾기에 몰두해왔다. "컨템퍼러리(동시대) 무용의 재미를 광범위한 대중이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차근차근 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제 그의 신작을 국립현대무용단과 올린다. "예술감독의 신작이라고 하니 다들 기대감이 너무 큰 것 같아요. 그 기대에 부응하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하루 8시간 무대에서 뛰고 구르고 있습니다."
다음달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올리는 그의 신작 '이미아직(Already Not Yet)'은 '꼭두'를 모티프로 삶과 죽음을 그린 현대무용이다. '꼭두'는 전통 장례를 치를 때 상여에 매다는 나무 조각상으로,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매개물로 여겨져 왔다. 사실 삶과 죽음에 대한 한국적 해석, 전통을 바탕으로 한 동시대적 탐구는 안 감독의 오랜 주제였다. "서양에선 죽음이 공포와 불안으로 인식되지만 동양적 사고로 죽음은 축제이고 놀이다. 죽음은 삶과 늘 함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죽음은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게 그의 말이다.
죽음에 대한 한국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이미아직'은 전작 '씻김' '주마등' '여백' '찰라' 등을 잇는다. 작품에 대한 구상이 시작된 건 수년 됐지만 본격 작업에 손을 댄 건 지난해 말부터. 무용수는 지난 2월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암전 상태에서 죽음을 체험하는 순간도 있어요. 중간엔 귀신놀이도 하는데, 이건 놀이를 통한 잔혹한 인간사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남자무용수들의 20여분 격렬한 움직임도 볼 만해요. 삶의 에너지를 환각의 상태로 표현합니다. 무작위적인 춤인데 마치 우리 인간세상을 들여다보는 듯해요."
그의 안무는 특유의 분절적인 움직임으로 각광받았다. 대표적인 게 '11번째 그림자'다. 인형 마디마디가 다르게 움직이는 춤사위다. 이번 무대는 그의 이런 스타일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죽은 넋을 위로하는 다양한 오브제와 현대적 음악이 어우러지는 '판타스틱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컨템퍼러리 무용, 어렵지 않아요. 지금 사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에요. 관점에 따라 관객이 동의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컨템퍼러리 무용의 매력이지 않을까요." 공연은 다음달 15일부터 18일까지.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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