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영웅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달 30일 개봉하자마자 국내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역린'과 3월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주인공들이 눈길을 끈다.
'역린'은 조선 22대 왕 정조를 암살하려했던 존현각 자객 침입 사건을 모티브로 마는 영화로 정조를 둘러싼 정치 세력들의 암투를 그려냈다. 극중 정조는 자신을 노리는 대신들에 맞서기 위해 학문은 물론 육체를 단련한다.
역사에서 정조는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으며 학문적인 업적이 눈에 띄지만 장용영을 설치하고, 무예도보통지를 완성하는 등 군사적인 업적도 큰 임금이다.
영화 속 정조 또한 다르지 않다. 노회한 노론 대신들과 경연에서 유교 경전 몇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있다는 것까지 욀 정도로 학문적 능력은 출중하다. 대놓고 육체 단련을 할 수 없는 임금임에도 체력단련에 열심이다.
정조를 연기한 현빈의 몸은 왕이라기 보다는 전사에 가까울 정도로 힘이 느껴진다. 그동안 무예를 수련하는 왕의 모습은 사극을 통해 선보여졌지만 체력을 단련하는 왕은 '역린'의 정조 뿐이다. 여기에 학문적인 능력까지 갖췄으니 역대 왕 캐릭터 중 최강 캐릭터로 불릴만하다.
'캡틴 아메리카'는 슈퍼 히어로지만 역시 체력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에서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매일 아침 조깅(이라기 보다는 전력 질주)을 한다. 전작인 '어벤져스'에서는 샌드백을 몇개씩 갈아가며 펀치 연습에 매진하기도 했다.
스티브 로저스는 이미 슈퍼솔져 프로젝트를 통해 보통 사람을 능가하는 육체능력을 지녔다. 굳이 운동을 하지 않아도 강하다. 하지만 여전히 운동을 거르지 않는 것은 물론 뒤쳐진 세상 따라잡기에도 열심히다. 역대 슈퍼 히어로들 중에서 이만큼 성실한 히어로는 없을 것이다.
역사 속 실존 인물인 정조와 마블코믹스 슈퍼히어로 캡틴 아메리카는 공통 분모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둘 다 자신을 단련하는데 열심이었다는 점이다. 어느 한순간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보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두 영웅이 더 인간에 가깝게 느껴진다.
/여창용 기자 new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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