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 가운데 누가 충격을 크게 받았을까. 김황식 전 국무총리(66·사시14회)와 강봉균 전 장관(71·행시6회)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당선도 장담했던 후보들이다. 김 전 총리는 '박심', 강 전 장관은 '안심'을 등에 업고 출마했었다. 경선 과정에서 줄다리기도 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그들답지 않은 행동도 선보였다. 그런데 그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이야. 유권자에게 다가가기보다는 그저 그렇고 그런 정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만 부각됐다.
김 전 총리는 능력이나 인품에서 나무랄 데가 없다. 1980년대 후반 법조를 출입할 때 물어본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가운데 대법관 가능성은 어느 분이 가장 큽니까." 당시 이구동성으로 들은 대답이 '김황식'이다. 실제로 김 전 총리는 승승장구했다. 대법관을 지내다 감사원장에 발탁됐다. 다시 총리까지 맡았다. 명재상(宰相)으로 불리었다. 그러나 서울시장 문턱, 그것도 예선에서 미끄러졌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에게 압도적인 표차로 패했다. 4497표(71.1%) 대 958표(21.3%)였다. 이런 결과를 예상한 사람이 있을까.
강 전 장관도 수모를 당했다.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재정경제·정보통신부 장관 등 장관급만 세 자리를 했던 경력의 소유자다. 호남이 배출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도 강 전 장관에게 공을 많이 들였다. 전북지사만큼은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전주시장 출신의 송하진 후보에게 426표(53.7%) 대 184표(23.2%)로 졌다. '안심'은 '지역 민심'을 넘지 못했다.
사내가 태어나면 정치를 한번 해보라고 한다. 매력이 있어서 그럴 게다. 준비되지 않은 후보가 뽑히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현실 정치의 생리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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