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자기성찰과 안전시스템 구축 과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6.10 17:13

수정 2014.06.10 17:13

[여의나루] 자기성찰과 안전시스템 구축 과제

세월호 사고로 충격을 받은 국민은 연이은 사고 소식에 일상생활에서조차 두려움을 느낀다. 올 2월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세월호, 서울지하철, 아산 신축오피스텔 붕괴, 고양 터미널 화재,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 등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이렇듯 안전과 거리가 먼 사회가 됐을까.

그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빠른 산업화를 이루며 한국은 세계의 놀라움과 부러움을 받아왔다. 100년도 넘게 걸릴 일을 단 몇 십년에 걸쳐 이뤄냈다. 그러나 덕분에 '빨리빨리' 성급한 안전 불감증의 민족이 돼버렸고 기업은 사회에 대한 기본윤리나 책임의식은 무시한 채 경쟁과 이윤추구에만 매달려왔다.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심해 만든 정책들은 쉽게 엎어지고 버려진다. 안전행정 컨트롤타워의 부재, 안전부처의 잦은 조직 변경에 따른 상대적 존재감 미약, 관과 민의 유착 고리가 급기야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로까지 이어지고 민낯을 국민 앞에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사회과학서 '위험사회(Risky Society)'의 저자 독일 뮌헨대 울리히 베크 교수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이 현대사회의 특징이다. 한국의 세월호 참사는 인류학적으로 쇼킹한 사건이며 특별한 위험사회인 한국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다. 압축된 근대화를 겪으며 한국은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한 만큼 수많은 위험요소가 내포됐지만 그것을 해결할 시간도, 여유도 없이 달려왔다. 한국 사회가 같은 재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성찰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한국은 재앙사회(Catastrophic Society)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 이제라도 걸음을 늦추고 돌아보자. 바로잡을 건 바로잡고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개인적 사회적 국가적인 스스로의 성찰과 거듭나는 변화를 추구해 이 위기에서 벗어나야 우리는 비로소 다음 단계의 성숙한 사회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과 같은 많은 안전관련 사고는 경제.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매년 산업재해와 교통사고 처리 비용이 30조원이 넘어 한 해 국방예산 규모와 비슷하다.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19조2000억원으로 연간 노사분규로 인한 피해액(3조6000억원)의 5배가 넘고 1만3000달러 자동차 138만대 수출금액으로 이 돈이면 연봉 2000만원 근로자 96만명을 채용할 수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는 8만410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였다. 많은 기업이 푼돈을 아끼려다 안전소홀로 소탐대실하는 것을 매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는 한 세대 동안에 포테이토칩 생산에서 첨단 반도체칩 생산기술을 이룩하기까지 단기간의 빠른 경제성장을 이룬 비용을 치르는 과정으로 받아들이자. 우리 사회가 너무 의기소침하거나 자기비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비록 지금은 안전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들도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들을 경험했다. 미국은 1911년 뉴욕의 대형 봉제공장인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화재로 146명이 사망한 비극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획기적인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안전을 가장 높은 가치로 두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확고한 제도적 기반과 전문 인력양성에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 안전한 사회라는 총론에는 모두 동의한다해도 막상 개인적 부담으로 그 비용이 청구된다면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해 이를 감내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룰 때 우리의 안전시스템 구축은 가능할 것이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정치권과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는 정부와 정치권이 진정으로 국민 앞에 책임을 인정하고 거듭나는 자세로 문제를 풀어갈 때 회복될 것으로 본다.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