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2년 동안 영업이익이 매년 10조원씩 늘어나는 폭발적 성장 후 지금은 숨고르기 중입니다. 현 시점에서 새 성장 진로를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죠."
이승준 삼성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상무·사진)는 최근 이슈가 된 삼성전자에 대해 시총 200조원, 연간 영업이익 30조원의 실적에 비해 주가가 여전히 싸다고 진단했다.
최근 삼성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이 상무는 글로벌 경쟁사인 애플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4~15배인데 삼성전자는 7~8배로 디스카운트돼 상승여력이 여전하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후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주가 130만원대를 견조하게 지지하고 있다.
이 상무는 "하이엔드 스마트폰시장이 성숙국면 초입이어서 과거처럼 큰 초과이익을 내기는 어렵다. 애플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신성장사업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숙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간 800만대를 생산할 정도로 급성장한 시총 2위 현대차도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지난 2월 KTB자산운용에서 자리를 옮긴 이 상무는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하는 '그로스(Growth)주식운용본부'를 이끌고 있다. 주요 상품은 '삼성코리아대표펀드'(2007년 1월 설정)이며 16일 기준 설정액은 1조520억원이다.
고수익을 내던 이 펀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여 이 상무가 '구원투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펀드는 16일 제로인 기준 3년 수익률 -12.84%, 5년 64.19%, 설정 이후 98.81%다. 장기성과는 높지만 최근 수익률 하락이 반영된 수치다.
삼성자산운용은 저성장 기조로 흐르는 경제구조 변화를 분석해 새 투자종목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처럼 경제 사이클상 상승 트렌드, 경기민감주, 방어주에 관심을 두는 기계적인 패턴은 지양하고 있다. 성장률 3~4%, 물가 1~2% 시대의 투자관점은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
그는 "산업 구조적 변화, 생활의 변화에 투자 아이디어를 녹여야 한다"면서 "개별 종목 장세가 이어지면서 종목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일례로 1인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이 산업 지형도도 바꾸고 있다고 했다. 그는 "주말 영화를 보고 오후 4~5시 할인점에 갔는데 사람이 적은 것을 보고 놀랐다"며 "혼자 사는 소비자는 싸게 대량구매하지 않는다. 퇴근하면서 2만~3만원짜리를 모바일로 주문한다"고 말했다.
여행문화가 바뀌는 것도 하나의 투자포인트가 될 수 있다.
요즘 여행은 패키지가 아닌 개별·자유 여행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으로 해당 국가의 숙박시설, 항공권 등을 예약하면서 여행산업 지형도도 바뀐다는 것이다. 그는 "생활의 변화, 신종산업 발굴 등은 주니어 매니저들이 더 빨리 잡아낸다"면서 "매니저들과 회의하면 계급장 떼고 얘기하자고 한다. 요즘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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