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과 보고펀드 소송의 주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LG실트론의 기업 공개(IPO) 무산과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 추진에 따른 실패 책임 소재다. 보고펀드는 LG그룹에 손실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인 반면 LG그룹은 "억지 주장이다"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향후 소송 진행에 귀추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보고펀드가 디폴트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송 카드'를 꺼내 든 배경도 이 문제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보고펀드 소송 제기 왜
25일은 보고펀드가 LG실트론 지분을 인수할 당시 금융권에서 빌렸던 225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자금 납입기한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자금을 납입할 여력이 없어 인수금융 연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이다. 지난 2005년 국내 최초의 사모펀드로 출범한 보고펀드가 업계 처음으로 디폴트에 처한 것이다. LG와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인수금융 납입 만기일에 맞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도 그만큼 보고펀드의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란 분석이다.
보고펀드는 투자손실을 입은 투자사인 LG실트론의 최대주주에게 책임을 물어 투자손실의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고펀드는 LG실트론 인수금융 만기일인 이날까지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LG실트론 인수금융 채권단 10개 금융사는 이 자금에 대해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하고 보고펀드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49%에 대한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채권단 공동으로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적정한 시기와 가격 수준을 봐서 매각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분위기로는 채권단 차원의 공동매각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보고펀드는 2007년 말 KTB PE와 함께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우리은행.하나은행.KT 캐피탈.KDB캐피탈.농협캐피탈 등 10개 금융사에 3년 만기로 2250억원을 빌렸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은행권이 제공한 인수금융이 1350억원이며 제2금융권이 900억원의 자금을 댔다.
그러나 LG실트론이 태양광 사업 실패 등으로 경영난에 빠지자 보고펀드의 운용 수익도 적자가 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실패와 사상 초유의 인수금융 채무불이행 사태로 인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PEF 출자를 보류하는 등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 LG실트론 IPO 무산 책임은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의 기업 공개 무산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지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0년 기업 공개를 추진했지만 이듬해 구 회장의 지시로 상장추진이 중단됐고 투자금 회수기회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또 LG실트론의 무리한 계열사 지원으로 실적이 나빠지고 시장상황 변화로 상장자체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LG그룹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강력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LG 측은 "LG실트론은 이사회(2010년 11월 25일)를 거쳐 기업 공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2012년 10월에는 증권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받았다"며 "하지만 보고펀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직전 공모가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일방적으로 상장 철회를 주장해 기업공개를 무산시켰다"고 말했다.
■신규 사업 투자 실패 책임은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 투자손실도 '뜨거운 감자'다. 보고펀드 측은 "LG실트론은 2011년부터 당시 시장 수요가 충분했던 발광다이오드(LED)용 5.08㎝(2인치)나 10.16㎝(4인치) 웨이퍼 사업을 선택하지 않고 계열사인 LG이노텍이 필요로 했던 15.24㎝(6인치) 사파이어 웨이퍼사업에 1140억원을 투자했다"며 "이후 2년 동안 불과 36억원 매출을 올린 채 사업을 철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LG그룹은 적절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LG그룹 측은 "사파이어 웨이퍼 사업은 당시 그린 신사업으로 촉망받던 분야로 보고펀드도 향후 IPO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펀드 측 이사 2인이 참여한 이사회에서 두 차례 보고와 승인을 거쳐 6인치 사업 투자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2013년 사업 중단도 수익성 확보가 어려움에 따라 이사회 논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제품 선택과 관련해서도 "당시 경쟁이 심화된 5.08㎝, 10.16㎝ 제품에 비해 15.24㎝는 경쟁업체가 적어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했다"며 "초기 LG이노텍이라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시작으로 거래선을 확대할 수 있었기에 보고펀드 측도 찬성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김호연 기자
■LG실트론은 어떤 회사?
LG실트론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규소박판) 생산 전문 기업이다. 실리콘 웨이퍼는 '폴리 실리콘'으로 만들어지는 웨이퍼로 마스크, 리드 프레임과 더불어 반도체 소자의 3대 핵심 원료로 꼽힌다.
LG실트론은 1983년 설립된 동부전자통신(구 코실)로 출발했다.
7년 뒤인 1990년 LG그룹 계열사였던 럭키소재가 동부전자통신의 경영권을 인수해 주식회사 실트론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실리콘 웨이퍼가 회사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 시점이다. LG실트론이란 회사명은 2011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150㎜ 이하 소형 웨이퍼를 비롯해 200㎜, 300㎜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공장은 경북 구미시에 세 곳과 경기도 이천에 한 곳을 운영 중이다. 국내 판매는 서울사무소가 담당한다. 해외에선 일본과 미국의 2개 법인과 대만과 중국의 2개 지사가 각각 판매를 맡고 있다.
국내외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2년 기준 10%로 업계 4위에 해당한다. 실리콘 웨이퍼 사업은 점유율의 60%가량을 일본의 신에츠와 섬코가 차지하는 전형적 과점 시장이다.
김호연 기자 김종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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