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김용배 추계예술대 교수 “클래식으로 이웃과 소통… 아이들도 즐기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07.31 17:22

수정 2014.10.24 19:15

김용배 추계예술대 교수 “클래식으로 이웃과 소통… 아이들도 즐기죠”

토요일인 지난 7월 19일 오후 4시 서울 양천구 목동 KT 정보전산센터. 평소 딱딱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정보기술(IT) 관련 시설인 이곳에 난데없는 음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것도 평소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실내악(chamber music). 그럼에도 400여석의 자리는 주변 지역민들을 비롯, 멀리 경기도와 인천 등에서 온 원정 관객들로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 건물 1층에 마련된 클래식 전문 공연장인 KT체임버홀에서는 격주로 실내악 정기공연이 5년째 열리고 있다. 지난 2009년 KT체임버홀 개관과 함께 시작된 정기공연은 이날까지 총 117회 열리면서 누적 관객 4만5000명을 돌파했다. 어느덧 클래식 공연 인프라가 열악한 서울 서부지역의 대표적 공연 명소로 자리잡았다.

2주마다 열리는 KT체임버홀 정기공연을 기획 총괄하는 김용배 추계예술대 교수(전 예술의전당 사장·사진)는 "KT에서 2009년 초에 목동 정보전산센터를 클래식 공연장으로 개방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며 "직접 시설을 둘러보니 국내에는 거의 없는 400석 규모의 중소형 홀과 독특한 구조가 실내악을 하기에 제격이라는 느낌을 받아 공연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사실, 국내에서는 오케스트라 등에 비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실내악을 이렇게 장기 공연으로 진행했던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공연을 진행할수록 정보기술 기업인 KT가 '참 좋은 일을 하는구나'라는 고마움이 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체임버홀 정기공연의 기획과 연주자 섭외 등 프로그램 전반을 총괄 지휘하면서도 공연마다 해설자로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클래식 공연은 모르고 들으면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데 대중이 연주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해설자"라며 "공연 직전에 연주곡에 대해 쉽게 충분히 설명하다보니 연주자들도 흡족할 만큼 관객들의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KT 체임버홀 정기공연의 최대 장점을 "모든 공연을 콘텐츠로 제작해 영원히 남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공연을 시작할 때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KT 측의 제안이 와닿았다"며 "좋은 공연 콘텐츠를 꾸준히 축적하다보면 30년 후에는 방대한 자료가 될 것이고 이런 게 우리나라 클래식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T는 체임버홀의 정기공연을 1회부터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해 인터넷TV(IPTV)인 올레tv를 통해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00회 공연을 기념해 CD도 제작했다. 음악과 방송 콘텐츠 서비스가 결합한 일종의 '상생 모델'인 셈이다.

김 교수는 5년을 이끌어온 체임버홀 정기공연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예를 들어 모차르트 교향곡이 모두 41곡인데 보통은 우리에게 익숙한 15곡만 연주되는 실정"이라며 "체임버홀 정기공연은 긴 호흡으로 모차르트 전 교향곡을 들을 수 있는 쉽지 않은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모차르트뿐 아니라 베토벤, 슈만 등의 대형 교향곡 전곡들도 체임버홀 정기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체임버홀 정기공연은 수준 높은 공연 콘텐츠와 격주씩 이어가는 꾸준함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전 공연이 만석 행진"이라며 "매번 공연장을 찾으면 좋은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관객이 늘어나면서 서울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으로 성장했다"고 뿌듯해했다.

피아노 전공인 김 교수는 대학에서도 기획처장을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체임버홀 정기공연을 소홀히 할 겨를은 전혀 없다.

그는 "어린이와 어르신들이 집중해 음악을 듣는 장면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내년에는 위대한 작곡가들뿐 아니라 국내 작곡가들의 작품도 체임버홀 무대에 올릴 구상을 하고 있다"고 계획을 전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