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농기계 임대사업과 중고농기계 수거 및 수출사업에서 특정 기업체 한 곳과 지속적인 동반 관계를 맺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농협이 수거한 중고 농기계를 특정 민간 기업에 넘기는 과정에서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를 취한 점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일 농협중앙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농협은 농가로부터 중고농기계를 수거해 LS엠트론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S엠트론은 농협중앙회로부터 넘겨받은 농기계를 수리해 해외에 수출키로 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MOU 체결 과정이다. 농협중앙회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모든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농협의 계약규정에 따르면 '계약을 체결하고자하는 경우 일반 경쟁에 부쳐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밀어주기인가 적격업체인가
농협중앙회가 중고농기계 수거 사업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지난 2008년부터 농가에 공급하기 시작한 '임대 농기계'들의 사용연한 만료가 내년부터 도래하기 때문이다. 농협은 농민들에게 새 농기계를 시장 가격보다 싸게 임대해 주거나 판매하면서 수거한 중고기계를 매각해 손실분을 메우려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농협이 중고 농기계를 수거해 민간 기업에 '매각'하는 과정 역시 입찰을 통해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업체에 넘기는 것이 공평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LS엠트론과 직접 MOU를 맺고 중고농기계를 공급키로 한 것은 다른 기업들의 사업 참여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측 자재부 관계자는 "중고농기계를 우리가 요구하는 수준의 가격에 사들여 해외에 재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회사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우리가 중고농기계를 넘겼을 때 이를 적정가격에 수출할 수 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런 구조의 사업이 가능한 LS엠트론과 MOU를 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농기계 업계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2011년부터 임대사업용 농기계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LS엠트론 제품 비중이 지나치게 컸으며, 최근 실시했던 농기계 엔진오일 교체 사업에서도 LS엠트론 제품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특정업체 몰아주기 의혹
농협중앙회는 지난 2011~2012년 농기계 임대사업(농기계은행사업)을 위해 농기계를 매입하면서 LS엠트론과 2년간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시기에 농협은 LS엠트론으로부터 약 1500대의 농기계를 사들였다. 이 당시에는 대동공업, 국제기계, 동양물산 등 다른 농기계 업체들이 농협중앙회의 최저가 입찰 방식에 저항해 참여를 거부해 LS엠트론이 단독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2013년 사업에는 4개 농기계 업체가 모두 입찰에 참여했지만 또 LS엠트론이 공급업자로 낙찰되어 2300대가량을 납품했다. 업계에서는 특정업체가 3년 연속으로 농협중앙회에 단독으로 제품을 공급하게 되는 것은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며, 입찰 방식을 복수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일고 있다.
지난해 실시했던 농기계의 오일 교환행사에서 농협중앙회 측이 각 지역 농협이 운영하는 농기계 정비소에 LS엠트론 오일을 사용하게 한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정식으로 오픈된 입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한 것일 뿐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2011~2012년에는 LS엠트론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납품 계약을 위한 입찰을 거부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 LS엠트론이 최저가 입찰을 통과했던 것은 2013년 한 번뿐이며, 2014년도 사업에서는 역시 최저가입찰 방식으로 대동공업이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 농기계 엔진오일 무상 교체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LS엠트론 오일을 선택한 것은 중앙회가 보유한 4개사 제품 중 납품 단가가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라며 "모든 사업 영역을 전부 감사받는 농협중앙회가 특정 기업체를 밀어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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