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조속한 처리를 강조한 투자활성화 법안뿐만 아니라 복지 관련 법안도 처리 여부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의료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안들을 앞다퉈 내놨지만 세부사항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 법안의 경우 해당 상임위원회를 이미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어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 처리 여부와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 강행 등 주관 부처의 정책 결정에 따라 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논의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격의료 허용 놓고 대립 '팽팽'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의사의 환자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당·정·청이 주요 법안으로 꼽은 의료법 개정안은 원격진료 허용을 비롯해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활동 허용, 외국 관광객이 이용하는 장소(공항 등)에 외국어 의료광고 허용 등 3가지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원격의료다. 야당은 원격진료 허용은 의료영리화의 전초 단계라고 주장하며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여당은 환자들의 편의와 건강을 위한 방안으로 보건·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 2월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로 관심이 모아졌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부양의무자 기준은 유지하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기준을 높여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부양의무자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복지위 새누리당 관계자는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복지위에서의 양당의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야당 측에서는 수위가 강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협의를 통해서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골프장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자차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전속) 등 6개 특수고용형태 업무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늘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이 법안은 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보험설계사에 대한 산재보험 의무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제동이 걸렸다. 보험설계사는 개별사업자로 분류돼 법리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현재 보험설계사들이 가입한 민간보험의 경우 보상범위와 금액이 산재보험에 비해 현저히 낮은 만큼 원안대로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시행령 강행 여부 '변수'
복지 관련 법안 처리에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입법예고한 시행규칙 개정안의 강행 여부가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포하는 절차만 남아 있다.
여당은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정부의 시행규칙 개정안에 해당되는 상급종합병원이 1곳에 그치는 등 의료영리화와 관련성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고시 등 간단한 행정조치만으로도 규정 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의료민영화의 물꼬를 트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개정안 시행을 몰아붙일 경우 복지위에서의 여야 간 논의가 '올스톱'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복지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부가 강행하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정부가 원만한 국회와의 논의의 장을 스스로 걷어차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후속 처리도 일부 법안 처리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개정안의 경우 해당 상임위인 환노위를 이미 거쳤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쟁점사항인 보험설계사의 가입 의무화 여부만 수정해 반영하면 된다.
하지만 법사위는 물론 국회 전체가 세월호특별법과 국정조사 증인 채택문제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결론이 나야만 법사위 심사소위에서 다른 법안들의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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