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 (5·②) 우수의원 24시 동행취재 - 김용태 의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0.28 17:58

수정 2014.10.28 22:09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오른쪽 첫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신월2동 자신의 지역사무실에서 열린 '민원인의 날'에 사무실을 찾아 온 한 지역주민의 고충을 듣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오른쪽 첫번째)이 지난 27일 서울 신월2동 자신의 지역사무실에서 열린 '민원인의 날'에 사무실을 찾아 온 한 지역주민의 고충을 듣고 있다.

"나도 고주파 장애가 왔어요. 특정소리, 격음을 듣지 못해요. 우리 지역 주민은 이 장애에 함께 시달려요."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 본지가 연간기획 중인 '우문정답-우수 의원 24시 동행 취재'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따라붙은 기자에게 불쑥 하소연을 시작했다. 서울 양천을, 신월동·신정동 지역주민을 위해 밤낮을 모르고 뛴 지 이제 7년째. 김 의원도 어느새 지역 주민에게 흔한 고주파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신월동은 김포공항 근처로 약 3분에 한 대꼴로 비행기가 착륙하는 곳이다. 자연스럽게 신월동 아이들은 비행기의 바닥인 바퀴 달린 배부분을 보며 유년시절을 보낸다.

김 의원이 초선 의원 시절 한 초등학교에 갔다가 아이들이 그린 비행기를 보고 충격을 받아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나선 일화는 서울 양천을 지역주민에게는 이미 유명하다.


■지역주민 애환 담긴 민원인의 날 "그들에게 배운다"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에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혁신위원으로 바쁜 의정활동 중에도 김 의원이 일주일의 첫 문을 여는 곳은 어김없이 서울 신월 2동에 있는 자신의 지역사무실이다. 지난 2010년부터 2주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김 의원은 사무실에서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직접 듣고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다. 기자가 동행 취재에 나선 지난 27일에도 김 의원은 99번째 '민원인의 날'을 맞아 지역주민의 애환과 고충을 듣느라 분주했다.

지난 6·4 지방선거 이후 지역주민과의 더 투명한 소통을 위해 통유리형으로 리모델링을 끝낸 사무실에 민원인이 한 명씩 찾아오더니 오전 9시30분을 전후해서는 동별로 마련된 테이블에 민원인이 가득찼다. 민원의 주제는 다양했지만 김 의원은 민원인이 힘겹게 꺼내는 이야기 속에서 핵심을 능숙하게 짚어냈다. 김 의원은 건물에 세들어 사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골똘히 듣더니 "그러니까 관리인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 관리비를 받아요?"라며 지역 사무실의 실무진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지시했다. 김 의원은 "사실관계 파악 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 내 중학교 학부모 대여섯명은 아예 문서를 만들어서 사무실을 찾아왔다. 김 의원은 체육관 건립에 필요한 추가 예산을 요구하는 학부모 얘기를 한참을 들었다. 이윽고 김 의원이 자리를 옮긴 곳에는 해진 군복바지를 입은 한 어르신이 앉아 있었다. 이 어르신의 사연은 이러했다. 아들은 자폐아 3급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고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로 어르신은 매일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어르신은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를 통한 대출에는 어려움을 겪다가 지역주민의 알선으로 김 의원을 찾아왔다. 김 의원과 법률인 등 실무진은 '주택담보대출'을 위해 어르신이 꼭 확인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일러주고 주택금융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이 어르신은 기자에게 "답답했는데 이제 좀 속이 후련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 의원은 이날까지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오전 9시45분께 지역주민과 실무진, 자원봉사자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김 의원은 2주 뒤인 11월 10일, 100회를 맞는 '민원인의 날'에 대해 "여전히 민원인의 날은 어렵다"면서 "제가 해결하지 못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운을 뗐다. 김 의원은 "욕을 들어서 기분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제 앞에서 주민들은 고래고래 고함도 지르고 욕하고 운다"면서 "그런데 이게 '마약' 같은 것이 또 민원을 소소하게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욕하던 분들도 마음이 변하고, 우리팀(김 의원과 사무실 식구)도 심경의 변화가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 의원은 '민원인의 날'을 생생하게 기록한 자신의 책 '팩트'에서도 "민원 내용을 하나하나 기록하다가 정말로 못 배워서, 힘이 없어서, 세상 물정 몰라서, 고급정보에 접촉할 수가 없어서, 관의 문턱이 너무 높아서 정말 억울하게 당한 사연 앞에서 우리는 변해있었다"고 서술했다. 김 의원은 "제게 민원인의 날은 학교이자 도장"이라면서 "정치의 지식과 경험을 쌓는 면에서는 학교이고 정치에 대한 생사관,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면에서 도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회로 가는 10분 남짓의 짧은 시간에도 신월동의 좁은 골목길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지역구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김 의원은 "우리 신월동은 고도제한이 있어서 건물 지하에도 사람이 살 수 있게 허가됐다"면서 "원래 골목길이 좁은 데다 (지하에) 주차할 수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두르지도 멈추지도 않겠다"

국회에 도착하자 김 의원은 의원회관과 국회 본관을 쉴 새 없이 오가며 의정활동에 몰두했다. 여의도 정치를 시작한 뒤 줄곧 정무위에서 활동한 김 의원은 지난 4월부터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한 정무위 종합 국감을 위해 회의실에 앉았지만 국감 이후의 의사일정에 대해 협의도 병행해야 했다.

일단 김 의원의 '미션'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지침으로 내린 2015년도 정부예산안의 상임위 상정일 및 상임위 의결일 협의였다. 새누리당은 예산안의 법정처리기한인 12월 2일 내 처리를 위해 연일 야당을 압박하고 있고, 이날 오전까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오는 11월 6일까지 상임위에서 예산 심사를 마쳐야 한다고 각 상임위 간사에게 전달한 터였다. 김 의원은 정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과 짬짬이 협상했지만 김기식 의원은 난색을 표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또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위증 논란도 김 의원에게 과제로 추가됐다.

그는 보좌진과 짧은 점심식사를 끝낸 후 이번엔 국회 본관에 있는 새누리당 원내대표실로 서둘러 달려갔다. 새누리당 소속 상임위원장·간사단 전원이 모여 예산안 심사일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회의가 끝난 뒤 김 의원은 밝은 표정으로 "다행이다. 틈이 생겼다"며 서둘러 김기식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의원, 아 이건 별로 어렵지 않잖아요." 전화를 마친 김 의원은 "협상은 꼭 초등학생 기싸움 같다"면서 "기선제압이 필요할 때도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후 정무위 국감은 계속됐고 김 의원은 잠시 짬을 내 의원회관에 들러 징수율을 높인 양천구청 공무원에게 표창장도 수여하며 약소한 선물까지 줬다. 다시 국감장으로 돌아온 김 의원은 오후 질의시간에 최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모뉴엘과 관련해 "사기꾼이 막판에 몰아서 터뜨리고 도망가는데 지금 그 수법과 똑같다. 큰일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에게 "지금이라도 모뉴엘의 유사 케이스를 추려서 시범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해 최 원장의 "그렇게 조치하겠다"는 답변도 끌어냈다.

김 의원은 의정활동과 지역구활동 병행이 어렵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 프리사 페로 신 파우사(sin prisa pero sin pausa)'라는 스페인 명언으로 답을 대신했다. '서두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멈추지도 않는다.

■약력 △46세 △대전고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알티캐스트 이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기획위원 △미국 존스홉킨스대 객원연구원 △18·19대 국회의원(서울 양천을)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새누리당 보수혁신위 위원

■金의원의 입법활동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활발한 입법활동을 벌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으로,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는 입법활동으로 민생 체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외에도 당내에서 보수혁신특별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쇄신작업에 나서고 있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김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만 11건이다.

올해 들어서 발의한 개정안은 3건으로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이다.

서울 양천을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지역 현안으로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 지역 지원 개정안을 내놨다. 항공기 소음 피해구제를 위한 개정안으로, 향후 관련 개정안을 추가 발의할 계획이다. 그의 지역구 내 신월동과 신정동은 근처에 위치한 김포공항에서의 비행기 소음 문제로 인해 여러 민원이 제기돼왔다. 개정안은 공항소음과 관련해 대책사업 종류를 확대하고 소음대책 지역에서 제외된 지역의 경우 소음대책 사업 신청기간을 5년 내 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토록 했다.

김 의원은 "양천 지역은 항공기 등으로 인한 고도제한에 따른 재산권 피해도 있는데 국가의 필요에 의해 김포공항을 유지,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이 지역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니 이에 합당한 피해보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지역구 현안 외에도 그가 속해 있는 정무위원회 관련 입법 활동도 눈에 띈다. 김 의원은 전자상거래 등에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자 '임시중지명령제' 신설 등을 담은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임시중지명령 외 오픈마켓, 포털사이트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에 대한 책임 부과, 디지털 콘텐츠 등에 대한 청약철회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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