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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생명수호지기 대상 정나미 씨 "뱃속 아기·물속 아이 모두 무사해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1.26 17:05

수정 2014.11.26 22:36

[fn 이사람] 생명수호지기 대상 정나미 씨 "뱃속 아기·물속 아이 모두 무사해요"

"다시 한 번 똑같은 상황에 처해도 아이를 구하러 뛰어들 겁니다."

수줍은 목소리였지만 망설임이 없었다. 또 같은 상황에 놓여도 동일한 선택을 하겠다는 그에게선 평범한 시민이면서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구한 영웅답게 단호함이 묻어났다. 지난 19일 2014년도 '생명수호지기' 대상을 수상한 정나미씨(사진 왼쪽)는 26일 "위급한 상황에서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생명수호지기 대상 수상에 앞서 정씨는 이미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지난 1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임신 6개월의 임신부가 개천에 빠져 위험한 상황에 처한 초등학생을 구출한 일이 있었다. 바로 정씨가 산책길에 나섰다가 경인천에 빠진 김모군을 발견해 구조했던 것이다. 정씨는 당시 임신 23주째였다.

살얼음이 낀 개천을 건너다 갑자기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김군을 보며 친구들과 지역주민들은 어쩔 줄 몰라했지만 정씨는 부른 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뛰어들었다.

정씨는 허리 높이의 하천 물길을 가로질러 의식마저 잃었던 김군을 끌어안고 물 밖으로 나왔다. 김군은 길을 지나던 한 대학생으로부터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현장에 도착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김군과 정씨 그리고 뱃속의 아기 모두 무사했다.

정씨는 "뱃속의 아기가 떠올라서 순간적으로 망설이기도 했지만 워낙 위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겠다는 생각 외에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생명수호지기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이 각종 재난(자연·인적·화재 등) 현장에서 남다른 희생정신과 용기 있는 행동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 인물이나 오랜 기간 재난 및 구호와 관련한 봉사활동으로 귀감이 된 시민에게 주는 상이다.

생명수호지기 선발은 국민의 자발적인 재해예방 노력과 동참을 유도하고, 재난 영웅들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됐다. 관할 지자체의 실사를 거쳐 추천을 받은 뒤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공적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올해는 총 7명이 수상했으며 이들에게는 총 28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지난 여름 집중호우 급류에 휩쓸려가는 생후 4개월 아기와 엄마를 구한 시민, 익수사고를 당한 관광객을 구한 외국인 교사 등이 포함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 팽목항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별세한 목사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올해 대상의 영광을 당시 뱃속에 있었던 아기와 함께 수상한 정씨는 시종일관 겸손한 모습이었다.


정씨는 "대상은 물론 상을 수상할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아 남편에게도 추천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서 "아기가 커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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