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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미정 SK C&C 과장 "힘들면 주변에 도움 요청하세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4.12.01 16:56

수정 2014.12.02 14:44

'내가 아니면 안 된다'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남편과 가사분담도 중요

[인터뷰] 권미정 SK C&C 과장 "힘들면 주변에 도움 요청하세요"

"'우리 아이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정우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꺼리지 말라." (나승연 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 대변인)

최근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오마이베이비 토크 콘서트'에서 쏟아진 조언들이다.

지난달 27일 경기 성남 분당에서 만난 세 아이의 엄마 '열혈' 워킹맘 권미정 SK C&C 과장(사진)은 이 같은 대한민국 멘토들의 말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었던 데 대해 "인복이 많았고 운이 따랐다"고 말했지만 인터뷰를 통해 본 그는 주어진 환경을 잘 이용하는 '전략맘'이었다.

가령 아이가 아프면 아이를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 주고 데려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에게 카드를 쥐어주고 간호사에게 전화를 하는 식이다. 권 과장은 "병원에 전화해서 '우리 아이 잘 봐주세요'하면 생각보다 친절하게 알아서 이것 저것 해준다"면서 "아이를 병원에 혼자 보내는 게 엄마 역할을 못한 것이라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정책, 사내 복지제도, 스마트 IT기기까지 주어진 환경을 완벽하게 이용하는 워킹맘이다. 스스로도 "일·육아 병행하게 해준 건 다름 아닌 스마트폰"이라고 말할 정도다.

SK C&C 근무 14년 차인 권 과장은 세 아이를 키우면서도 수면시간이 하루에 7시간 이상이다. 대신 깨어 있을 때 집중하는 편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오전 8시에 집을 나선다. 출근 길에 아이들 학원비 등 챙겨야 할 일들을 정리해 스스로에게 자동 문자를 보낸다. 일종의 알람이다. 또 회사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그 날 해야할 일을 살펴보고 보고는 전화로 한다. 정 과장은 "보고할 때마다 서류로 작성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문서를 간소화하라'는 사내 분위기 덕분에 혜택을 보고 있다"고 웃었다.

남편의 역할도 크다. 그는 "아침에 남편이 나보다 20분 일찍 일어난다. 내가 전날 자기 전에 세탁기에 빨랫거리와 세제를 넣어두면 남편이 일어나서 버튼을 누른다. 그럼 출근하기 전에 빨래가 완성되니까 널어 놓고 나온다"면서 "남편이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협업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집에 귀가해서는 빨래와 설거지, 청소 등 살림과 함께 막내 숙제를 봐준다. 사내 복지제도인 '근무 유연제'도 큰 도움이 된다. SK C&C는 출근 시간(오전 9시) 및 퇴근 시간(오후 6시) 앞 뒤로 30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남편도 본인 회사의 근무 유연제를 이용한다. 권 과장은 "남편이 아침에 막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늦게 출근하는 대신 나는 퇴근을 빨리해서 애들을 볼 수 있다"면서 "사소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후 10시쯤 첫째가 학원에서 오면 간식을 내어주고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심화 공부를 봐주기도 한다. 권 과장 부부는 모임 관리 애플리케이션인 '밴드'를 공유한다. 한 사람이 달력에 회식이나 야근하는 날짜를 미리 표시해 두면 다른 한 사람은 될 수 있는 대로 그 날 집에 빨리 들어온다.

권 과장은 "육아는 혼자서는 절대 못한다"면서 주변에 적극 도움을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처음 아이가 학교에 갔을 때 담임 선생님을 뵙고 워킹맘이란 사정을 말씀드렸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전화해서 물어봤다"면서 "요즘 선생님들도 워킹맘들이어서 그런지 이해를 잘해준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엄마들이 혹시라도 자식한테 너무 소홀한 느낌이 들까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정을 얘기하면 의외로 다들 흔쾌히 받아준다"면서 "주변에 도움 요청하는 것을 꺼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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