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텔링과 자신만의 연출 기법을 잘 녹여낼 줄 아는 기술자 되고 싶다”
데뷔하자마자 청룡영화상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김홍선 감독. 그는 데뷔작이었던 ‘공모자들’에 대해 충격적인 반전과 치밀한 스토리 등 신인 감독이 연출했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선보였다는 극찬을 받으며 충무로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그런 그가 조금 더 젊어지고 유쾌하고 짜릿한 케이퍼무비 ‘기술자들’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타엔과의 인터뷰에서 김홍선 감독은 ‘기술자들’은 “즐겁고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며 영화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풀어놨다.
◇ 케이퍼무비 ‘기술자들’..“각색 전에는 가벼운 코믹 느낌이었다”
‘기술자들’은 동북아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갖춘 인천세관에 숨겨진 검은 돈 1500억원을 제한시간 40분안에 훔쳐내기 위해 최고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최고의 충무로 블루칩 배우 김우빈, 고창석, 이현우와 믿고 보는 배우 김영철, 임주환, 조윤희, 조달환 등이 열연을 펼친다.
특히 김우빈이 분한 지혁은 극중 모든 사람과 연관성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이끌어 가는 인물. 드라마 ‘학교’에 출연할 때부터 김우빈을 알고 있었고, ‘친구2’에서 그를 눈여겨 봤다는 김 감독은 김우빈이 캐스팅 된 후 시나리오를 각색했단다.
“실제 김우빈을 만난 다음에 시나리오상의 지혁 캐릭터에 김우빈의 모습을 대입해 많이 수정했다. 지금의 지혁은 약간 능글맞기도 하고 어떨 때는 진지하지만 그 전의 지혁은 조금 더 가벼운 캐릭터였다. 지혁 뿐 아니라, 구인(고창석 분), 종배(이현우 분), 은하(조윤희 분)도 전체적으로 가벼운 캐릭터였다. 수정 전 ‘기술자들’은 차태현 주연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좀 가벼운 코믹 느낌이었다.”
‘기술자들’에 재미를 더 하는 것은 바로 악역 조사장. 그는 지혁, 구인, 종배에게 1500억원 훔치는 것을 제안하며 판을 만든다. 조사장 역의 김영철은 제작진의 우여곡절 끝에 함께 할 수 있었다고. 김 감독은 조사장 역할이 ‘달콤한 인생’의 강 사장과 다름을 어필하기 위해 비슷한 역할들이 있는 영화 DVD까지 드렸단다.
“조사장 캐릭터의 1순위는 김영철 선생님이었다. 근데 당시 선배님이 드라마와 영화 촬영으로 너무 바쁘셔서 만나뵙기가 힘들었다. 책(시나리오)만 드렸다. 근데 ‘달콤한 인생’과 큰 캐릭터가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신 것 같더라. 그래서 관련된 영화들 DVD를 사다가 가져다 드렸다. 그러니 세 번째 뵀을 때는 ‘달콤한 인생’의 강 사장과 다른 역할이라고 설명을 드렸다. 제작사 대표님이랑 계속해서 설득한 끝에 출연을 결정해주셔서 너무 좋고 감사했다.”
특히 이제 갓 신인을 벗어난 김우빈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연기를 했던 대선배 김영철과 김우빈의 만남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해당 질문에 김 감독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김우빈 자체가 너무 착하다. 김영철 선생님을 어려워하실수도 있지만 되게 선생님은 장난스러우시다. 김우빈을 진짜 믿었다”며 깊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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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렵게 시작한 광양 촬영..“비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기술자들’은 인천세관을 배경으로 한 만큼 동북아 1급 보안 구역인 인천세관을 섭외하기 위해 많은 스태프들이 노력했지만, 촬영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인천은 보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을 터. 당연히 촬영 허가가 나지 않았단다. 이에 스태프들은 영화의 중요한 무대가 될 인천세관을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항만을 돌아다녔단다. 왜 하필 배경이 인천세관이어야만 했을까.
“인천세관이란 설정은 초고에 있었다. 인천세관은 동북아에서 최고의 보안을 자랑한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먼저 생긴 세관이기도 하다고 하더라. 그만큼 보안이 철저한 곳이다. 뭔가 가지고 들어가고, 나오는 것조차도 힘든 곳이다. 그런 공간 속에 있는 또 다른 비밀 장소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온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래서 설정했다.”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제작진은 5개월만이 넘는 시간동안 끈질기게 공을 들인 끝에 어렵게 광양만의 허가를 받아냈다. 하지만 광양 촬영은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힘들었다고.
김 감독은 “‘기술자들’에 등장하는 배우 스태프 큰 문제없었지만 제일 큰 문제는 비였다. 비는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지 않느냐. 비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배우들이 촬영하려고 나왔는데 비 와서 다시 메이크업 수정하고 그치기를 기다리고. 다시 나오면 비 오고 그랬다. 분명 일기예보는 맑음인데 계속 비 오고, 그런 게 20일 동안 지속됐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특히 배우들은 서울에서 광양까지 내려와서 계속 기다리다가 못 찍고 올라가고, 찍다가 중간에 비가 와서 촬영을 중단하고, 남은 분량은 다른 날 와서 찍는 등 어렵게 촬영했단다.
김 감독은 “광양만 안에서 같은 공간인데도 비가 안 오는 공간도 있다. 그래서 그 곳에서 촬영하고, 결국에는 시나리오대로가 아닌, 부분부분 찍어서 내 머릿속으로만 연결시켰다. 그때 배우, 스태프들한테 설명하고 막 찍었는데 아마 막내들은 왜 저렇게 찍는지 몰라서 답답했을 수도 있다. 신 누끼(배경 스케치 영상 촬영)로 찍었다. 하지만 맑았다가 비오다가를 반복하며 날씨가 오락가락 했기에 따로따로 촬영한 영상들의 톤을 하나로 맞추는 색보정 작업을 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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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인물을 끌고 가는 케이퍼무비가 좋은 것 같다”
김 감독은 데뷔작도 케이퍼무비 ‘공모자들’이었다. ‘공모자들’이 사람의 목숨, 생명을 다루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락적으로 풀 수 없어서 약간의 변형을 줬다면 두 번째 작 ‘기술자들’은 오락성이 강한 이야기로 본격적인 케이퍼무비 인 것. 그가 생각하는 케이퍼무비의 메리트는 뭔지 궁금했다.
그는 “나는 인물이 많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다양한 인물을 끌고 가는 케이퍼무비가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두 명만 나오는 멜로 영화보다는 케이퍼무비처럼 다채로운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이 나와서 함께 이야기를 꾸려가는 그런식의 이야기가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져서 좋은 것 같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케이퍼무비의 장점을 밝혔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기술자들’에서 케이퍼무비의 장점 뿐만 아니라, 로프 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고층 빌딩을 누비는, 보기만 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김우빈의 액션신, 광양만을 배경으로 다수의 경찰 차량이 동원된 카체이싱과 대규모 폭발신들까지 다양한 액션신들을 선보였다. 본격 액션 장르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김 감독은 “나는 액션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드라마 PD를 하다가 영화로 넘어와서 드라마도 좋아하는 것 같다. ‘분노의 질주’ 같은 것을 보면 액션이 엄청난데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들어있다. 우리 영화에서 카체이싱 장면이 대략 1분 정도 나온다. 근데 드라마도 없이 액션만 엄청 길어지면 지루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여기에 스토리 텔링이 있는, 내러티브가 포함된 영화를 하는 것 같다. 액션 위주의 영화 보다는 드라마가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힘이 있는 액션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기술자들’의 최종 설계자인 김 감독. 그는 자신이 어떤 분야의 기술자인 것 같으냐는 질문에 “아직은 기술자가 아니고, 돼 가는 중인 것 같다. 신인 감독이고 두 번째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최선을 다 했다. 후회는 없지만 아쉬운 면은 분명히 있다. 그 아쉬움을 조금씩 줄여가고 싶다. 좋은 사람이자 좋은 감독이 되고 싶다. 스토리 텔링과 자신만의 연출기법을 잘 녹여낼 줄 아는 기술자 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기술자들’은인천세관에 숨겨진 1500억을 40분 안에 털기 위해 모인 클래스가 다른 기술자들의 역대급 비즈니스를 그린 영화로 지난 24일 개봉해 절찬 상영중이다. (사진=윤예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nedai@starnnews.com노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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