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오는 26일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어 이 문제를 다룬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유책주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불륜이나 폭력 등 결혼생활을 파탄 낸 유책배우자가 아무 잘못이 없는 상대 배우자를 부당하게 내쫓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대법원이 이 같은 입장을 지켜온 것은 경제.사회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6,70년대만해도 여성 대부분이 전업 주부였던 만큼 불륜을 저지른 남편이 이혼을 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아무 잘못이 없는 여성들이 갑작스럽게 위기상황에 처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 지위가 높아지고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유책배우자라 해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파탄주의'가 부분적으로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이에 맞춰 대법원도 부부관계가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상대 배우자도 혼인의 계속을 원하지 않지만 단지 오기나 복수심에서 이혼을 거부할 경우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26일 예정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12년 동안 별거하면서 다른 여성과 동거생활을 해온 남편이 법률상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을 다룬다. 이 사건의 남편은 현재 동거녀와의 사이에서 낳은 중학생 딸을 키우고 있다.
남편 측은 '12년전에 부인이 동거녀와의 관계를 알았고 그 이후 혼인관계가 파탄났다'면서 법률상 부인이 '오기와 복수심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 2심 법원은 혼인관계 파탄은 분명하지만 부인 측이 현재도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남편의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남편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 앞으로는 장기간 별거상태가 계속되는 등 객관적으로 혼인관계 파탄이 명백할 경우에 한해 유책배우자도 이혼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부분적으로 파탄주의가 가미되는 형태가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시대적 변화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찬성론과 '위자료 지급명령 등 제도적 보완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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