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 사이에도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수장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일 멕시코·인도네시아·호주 등 3개국 상원 의장들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둘의 관계가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 정 의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당초 오찬으로 추진되다 접견으로 바뀌어 정 의장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들 세 나라 의장은 정 의장이 초청했다. 초청자를 빼놓고 부른다는 게 영 어색하지 않은가.
요즘 새누리당의 풍경은 더 한심하다. 콩가루 집안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그제 열린 최고위원회는 난장판을 연상케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사달을 일으켰다. 김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고 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재반박을 시도하려하자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끝내겠다"며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학용 비서실장은 김 최고위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어른스럽지 못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이번 사태는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나머지는 모두 3자다. 내 일이 아니라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정의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된다. 그 맥락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친박(親朴)과 비박(非朴)으로 나뉘어 세 대결을 펼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없다. 양측이 싸움을 하면 할수록 당은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들 것이다. 국민 앞에서 더 이상 추태를 보이면 안 된다. 국민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지금은 유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 유 원내대표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다. 정치인이기 때문에 향후 진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게다. 우선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이 집안 싸움에 발목잡혀서야 되겠는가. 모두 반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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