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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범죄피해자보호법 제정 10년.. 진술거부권 등 인권 보호엔 아직 미흡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10.18 17:23

수정 2015.10.18 17:23

심리 치료·신변 보호 등 제도 정착 시급 한목소리
#. 지난해 7월 "집 안에서 사내아이가 악을 쓰며 운다"는 전화가 경찰에 걸려왔다. 경찰과 119구조대가 출동한 경기 포천 한 빌라 집 안은 쓰레기로 가득했다. 작은 방 빨간색 고무통에서는 시신 2구가 발견됐다. 당시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방안에서 발견된 여덟살 아이는 아사 직전 상태였다. 말라 비틀어질 듯한 팔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했고 갈비뼈가 앙상한 데다 말투는 어눌했다.
장기간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것이 분명했다. 아이 엄마는 일명 '포천 고무통 살인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이모씨(51). 그녀는 2004년 남편을, 2013년에는 내연남을 살해하고 막내를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 24년과 18년을 선고받았다. 아이의 아빠는 오래 전 사망했고 유일한 양육책임자인 엄마까지 감옥에 가자 아이는 혼자가 됐다. 아이의 사연을 접한 경기북부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임시거주 지원과 경제적 지원을 한 데 이어 올 1월 평범한 가정에 아이를 입양시켰다.

형사사건에서 피해자는 '제3자'다. 피해자는 피고인의 범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기능해왔을 뿐이다. 이 때문에 검사와 피고인 간 법정다툼에서 피해자는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18일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범죄백서 2014'에 따르면 국내 범죄발생은 2013년 200만6682건에 달한다. 국민 25명 중 한 명꼴로 범죄를 경험한 셈이다.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등까지 합하면 더 늘어난다.

'묻지마 범죄'도 증가추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살인범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1390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해 941건으로 줄었지만 묻지마 범죄는 최근 3년간 매년 54~55건씩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보복범죄의 경우 2013년과 지난해 각각 400건을 넘어섰고 올 상반기에만 251건을 기록했다.

그간 형사사법은 피의자와 피고인의 인권보호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 왔다. 피의자와 피고인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진술거부권, 국선변호인 조력, 불구속 재판 원칙 등 인권보호 장치가 보장됐다.

그러나 범죄피해자의 인권보호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제도가 점차 피해자 인권에도 시선을 두기 시작했다.

올해로 범죄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근간이 되는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제정된 지 10주년이 됐다. 범죄피해자보호법은 2003년 192명이 숨진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범죄피해자의 보호·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05년 말 제정됐다.

범죄피해자 지원제도는 '피해자들의 정상적인 생활 복귀'를 목표로 한다.
범죄피해자와 가족에게 경제적 지원이나 심리치료, 신변보호 등이 제공된다.

경찰청은 올해를 '피해자보호 원년의 해'로 정하고 기존 인권보호담당관과 분리해 별도의 피해자보호담당관을 감사관 소속으로 신설했다.
이처럼 피해자지원 관련 제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착하기까지는 여러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박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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