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그림 형제의 위대함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신데렐라, 개구리 왕자, 브레멘 음악대, 라푼젤 등은 어릴 때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 유명한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들은 그림동화라고 불린다. 그림동화를 세상에 내놓은 사람들은 독일의 그림 형제다. 국내에선는 흔히 '그림 동화집'이라고 번역·출간되는 이들의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 초판 1, 2권이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1815년,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0년 전의 일이다. 그들은 우리에겐 단순히 동화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언어, 민속, 문헌, 역사 분야에 걸쳐 독일이 자랑하는 인문학의 든든한 기틀을 마련한 주역이다.
평생동안 놀라운 양의 저작물을 남긴 것은 물론 독일 최초의 방대한 사전 편찬을 시작하고 게르마니스틱이라고 하는 독어독문학의 물꼬를 텄으며 나폴레옹 침략 이후 패배와 좌절에 신음하던 게르만족의 잠재력을 일으켜 세운 정치인이자 언론인이기도 했다. 유로화 통합 이전 독일 화페 최고 단위인 1000마르크를 장식한 영광의 얼굴이 바로 그림형제였다. 남다른 우애로 기억되는 고흐 형제처럼 한 살 차이로 태어난 그림 형제 또한 서로 가장 친밀한 친구이자 연구 동료였다. 형 야코프와 동생 빌헬름의 인생은 협업의 위대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평생 한 지붕 아래서 살며 가난과 실직, 전쟁과 침략의 거대한 시련에 맞서 싸우면서도 결코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끈기와 투지, 기개로 삶을 꾸렸다.
독일에는 '메르헨 길'이라는 것이 있다. 메르헨은 옛 이야기, 동화라는 의미이고 학술적으로는 민담으로 번역된다. 메르헨 길은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있는 하나우에서 시작해 슈타이나우, 마르부르크, 카셀, 괴팅겐, 하멜른, 브레멘까지 그림동화의 배경이 된 곳들과 그림 형제의 삶을 따라가는 환상적인 동화의 길이다. 600㎞에 이르는 이 길에서는 60여개의 도시와 마을, 8개의 국립공원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림동화를 좋아하고 그림 형제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여행길이다. 저자는 이 동화의 길을 따라 걸으며 그림 형제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림 형제가 왜 메르헨을 수집해 '그림동화집'을 탄생시켰는지, 19세기 독일의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언어학자, 정치인, 언론인으로서 그들이 어떤 격동과 파란의 행로를 걸었는지 촘촘하게 따라간다. 이 책은 동화작가로만 널리 알려진 그림 형제의 깊고 넓은 학문세계와 인생을 독일 근대역사와 문학,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힘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낸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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