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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1년 전의 일이다. 설날을 맞아 큰집에 모인 친척들이 주식 추천 종목을 물어왔다. 경제지 증권부에서 1년가량 시장을 지켜본 '여의도 짬밥'이 있으니 뭐 하나라도 더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 게다.
"중국 펀드나 주가연계증권(ELS) 사세요."
종목은 불안하지만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건 괜찮을거라고 했다. 직접 투자하는 게 불안하면 ELS를 사도 은행 이자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예찬론을 펼쳤다. 중국 시장이 불안하다 싶으면 6개월 있다가 바로 뺄 수 있다는 얘기도 해줬다.
반년이 지난 추석쯤에는 봄에 ELS를 사들인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못하게 됐다. 1년이 지난 지금은 기초자산으로 주로 쓰였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1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손실을 걱정하게 됐다. 친척들이 고민하다가 다른 데 투자했다고 해 마음의 짐을 덜었다는 점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LS의 위험성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불과 몇달 전 종목형 ELS의 연이은 손실로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고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몇달 새 반토막 나면서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의 손해로 이어졌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종목도 아니고 지수가 40% 이상 빠지기야 하겠어?" 중국이나 홍콩 시장은 '이제 오르기 시작한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 발행된 ELS가 10조원어치 이상이었다는 점은 기자뿐 아니라 많은 투자자들이 "중국이나 홍콩 시장이 반토막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한다.
각광받는 지수형 ELS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판매사도, 투자자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단지 만기까지 그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생각에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모두 무시했을 것이다.
판매 단계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더라면 이 사달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지난해 봄과 같은 과열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지난 1일 금융위와 금감원 합동으로 ELS 상황점검반을 만든다고는 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는 않았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모니터링, 증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겠다는 이야기만 나올 뿐이다.
이미 나버린 손실이야 돌이킬 수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ELS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가능성이 작더라도 위험이 있다면 이를 충분히 설명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이다.
sane@fnnews.com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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