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강지식 부장검사)는 해외에 서류상 비영리법인을 세워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 외국인학교를 설립한 뒤 교비 7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사립학교법 위반)로 외국인학교 입학처장 이모씨(48·여)와 이씨의 남편이자 비영리법인 이사 금모(5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또한 외국인학교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영리법인 D사 최고재무책임자(CFO) Y씨(45·싱가포르 국적)도 불구속 기소됐다. 입국을 거부하며 출석 요구에 불응한 영리법인 최고경영자(CEO)씨G(55)는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의 D학교는 영국에 있는 한 사립학교의 분교다.
지난 2010년 9월 설립된 이 학교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650명이 다니고, 25%가량이 내국인이다. 수업료는 한 해 3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교는 국내 분교 측에서 명의를 사용하는 대가로 로열티를 받고 커리큘럼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외국인학교의 실질적 운영자는 영국 본교의 이름을 따 케이만군도에 만들어진 영리법인 D사다. 영리법인이 국내에 외국인학교를 세우는 것은 불법이다. 외국인학교 및 외국인유치원의 설립ㆍ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학교는 외국인·비영리외국법인·학교법인만 설립할 수 있다.
D사는 법망을 피해 홍콩에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인 비영리법인을 차려 학교를 세운 뒤 수익을 가져가려 했다. 본교에 지급할 로열티 외에 별도로 '프랜차이즈 비용' 계약을 체결해 매년 학교 학비의 6%를 챙기려한 것이다. 아직 D사에 지급되지는 않았지만,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쌓인 프랜차이즈 비용이 36억원에 달한다.
교육에 사용돼야 할 수업료는 개교 전 학교 건물 공사를 위해 대출받은 돈을 갚는 데 쓰였다. 대출금 100억원 중 72억원이 교비에서 빠져나갔다. 해외법인 운영자금 2억5000만원도 교비로 충당했다.
지난 2010년 구청이 이 학교에 지원한 공영주차장 건축 지원금 중 약 1억6000만원도 지정된 용도가 아닌 학교 운영자금 등으로 유용됐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인학교가 지자체와 약속한 교육 관련 투자는 이행하지 않고 학교 부지나 지원금 등 각종 혜택만 누려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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