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가득한 5월, 덧없는 세월이 아쉬운 요즘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해도 좋은 시기다. 선조의 풍류와 문학, 지혜를 오롯이 느끼고 체험하며 바쁜 생활 가운데 마음에 쉼표를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우리나라의 숨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여행지 5곳을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여행지와 테마는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강릉 문학 여행, 소리·음식·기록 문화 등을 소재로 한 전주의 유네스코 투어, 광주 월봉서원에서 즐기는 음악회와 차(茶) 문화, 산청 동의보감촌에서 기(氣) 순환, 약선 음식 등을 체험하는 한방 힐링캠프, 신라 유적 달밤 트레킹과 화랑의 풍류를 재현하는 신라 타임머신 투어 등이다.
■그녀들의 이야기, 문화와 예술의 클래식 로드 강릉
강릉 경포호는 경포해수욕장 옆 호수 정도로 지나치기에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율곡과 사임당, 매월당 김시습, 허난설헌과 허균, 김홍도와 김정희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인물의 자취가 곳곳에 서렸다. 올 하반기에는 이영애가 주연한 드라마 '사임당, the Herstory'까지 가세, 다시 한류를 기대케 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강릉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많은 이야기를 홀로 들여다보기 버거울 때는 'K-문학 클래식 로드'와 '최고의 여류 예술가 문화 기행'이 제격이다. 강릉문화재단이 4월 말이나 5월 초부터 운영하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K-문학 클래식 로드는 경포호 주변의 문학적 향취를 아우르고, 최고의 여류 예술가 문화 기행은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의 삶에 집중한다. 강릉문화재단에 예약하면 지역 문인이나 해설사가 상세히 안내한다. 신사임당, 허난설헌, 허균 등의 작품을 빌려 K-문학 필사 체험 북 만들기, 목판이나 탁본 체험, 컬러링 북 채색 등도 해볼 수 있다.
■맛·멋·흥·예, 전주의 유네스코 보물찾기
전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과 문화의 도시다. 유네스코가 이를 증명한다.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판소리의 고장이고 세계기록유산 '조선왕조실록'을 마지막까지 지킨 전주사고가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뽑혔다. 전주시는 이를 주제로 '유네스코 전주 여행'을 기획했다. 세부 주제는 '얼쑤! 신명 나는 소릿길 여행' '멋·흥·예 선비에게 길을 묻다' '게미가 있는 음식 맛길 여행' '조선왕조실록을 따라 걷는 기록 문화 여행길'이다. 여행 상품으로 즐길 수 있지만, 개별 여행도 어렵지 않다.
개별 여행자는 유네스코 전주 여행의 주요 목적지 위주로 돌아본다. 국립무형유산원은 2014년에 문을 열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연과 체험의 명소다. 문화재 장인들에게 전통 공예나 춤 등을 배울 수 있다. 전주전통문화관의 야간 상설 공연이나 한지산업지원센터의 한지 뜨기 체험도 유네스코 유산을 경제적으로 누리기 좋은 기회다. 그사이 전주한옥마을이나 전주부성 투어로 길을 열면, 전주의 멋과 흥과 예를 알차게 체험할 수 있다.
■살롱 드 월봉과 다시(茶時)카페, 흥미진진 월봉서원 유랑
안동에 도산서원이 있다면, 광주에는 월봉서원이 있다. 고봉 기대승선생의 선비로서 절개와 강단을 엿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그는 퇴계 이황과 사단칠정을 토론한 것으로 유명한 호남의 대표 선비다. 당대 최고 학자인 퇴계와 무려 13년 동안 서신을 교환한 사상 로맨스로 한국 성리학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렸다.
월봉서원은 기대승 선생의 후손이 사는 너브실 마을 돌담길을 올라 위치한다. 빙월당, 동재와 서재, 숭덕사, 장판각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서원 뒤편 백우산 자락에는 고봉묘소를 이어 '철학자의 길'이 있어 산책 삼아 걸어볼 만하다. 서원의 세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살롱 드 월봉' '월봉유랑-서원 오는 날' 등은 고봉의 철학을 세대별 눈높이에 맞춰 재미나고 알차게 전달한다. 문화 예술을 즐기며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다.
■기(氣)가 팍팍! 오감으로 읽는 동의보감촌
지난 2013년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린 주행사장 동의보감촌은 약초 1000여 종이 자생하는 지리산 자락 왕산 기슭에 자리 잡았다. 엑스포가 끝나고 휴양과 치유의 명소로 변신했다. 공간은 크게 엑스포주제관과 한의학박물관, 한방기체험장, 동의본가 중심의 세 구역으로 나뉜다. 엑스포주제관과 한의학박물관은 가족 단위 체험 학습에 제격이다. 한방기체험장은 석경과 귀감석 등에서 기를 받고 가벼운 테라피를 체험한다. 동의본가는 한의사에게 진료 받거나 장수 비결 체험, 약초 스파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세 영역의 주요 공간과 체험을 누려볼 수 있는 힐링아카데미(힐링캠프) 프로그램도 인기다. 당일에서 2박 3일까지 단체 중심으로 예약 가능하며, 일정에 따라 인문학 강의나 별빛음악회 등이 추가될 수 있다. 개별 여행객은 각 공간 단위로 이용한다. 허준순례길 등을 걷기만 해도 심신의 피로가 씻기는 걸 느낄 수 있다.
■젊은 여행자들의 천년 고도, 경주
경주에서 지루한 역사 도시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근래 들어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매혹적인 여행지가 경주다. 특히 야간 경관은 경주를 새로이 발견하도록 이끈다. 대표적인 공간이 2011년까지 안압지, 임해전지 등으로 불리던 동궁과 월지다. 복원한 건물과 연못의 야경이 탄성을 자아낸다. 밤 산책 삼아 다녀오기 좋고, 젊은 여행자나 연인들의 필수 코스다. 인근의 첨성대나 대릉원과 연계하면 고도의 밤이 신화의 한 장면처럼 시선을 사로잡는다.
답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경주는 2011년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된 신라 달빛 기행 이후로 야간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야간 시티 투어도 별도로 운영한다. 신화랑 풍류 체험,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 등 낮을 책임지는 프로그램과 연계해도 알차다. 고도 경주의 전통문화를 신명 나게 즐겨보는 기회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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