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 여자는 몇점?" 채팅창서 외모 평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04 17:07

수정 2016.05.04 17:07

별풍선이 뭐길래.. 아프리카TV 자극적 인터넷 방송 사회문제로
여대 앞 여성 촬영해 방송.. 학생들 강한 불쾌감 불구 뚜렷한 제재 방법은 없어
초상권 침해 손배소 유일
최근 서울지역 여자대학교 등을 배회하며 여성들의 외모를 평가하는 인터넷 방송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초상권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시간 인터넷 방송 플랫폼인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는 한 BJ(방송진행자)는 지난달 서울지역 여대 인근과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여성들을 대상으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해당 BJ의 방송 시청자들은 여성 얼굴이 방송에 나올 때마다 채팅창을 통해 이들의 외모를 평가했다.

BJ가 방문한 지역 여대생들은 학교 커뮤니티를 포함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리며 '이런 BJ가 있으니 조심하라' '남의 학교 앞에서 왜 저러나' 등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동의' 수준 따라 법적 책임

해당 BJ는 본인의 동의를 받아 촬영하고 있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동의 내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다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해당 BJ는 일부 여성들이 촬영에 항의했지만 계속해서 촬영을 진행해 비난받은 바 있다.

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얼굴을 포함, 특정인을 알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노출하려는 사람은 당사자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 초상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다.

문제가 된 BJ 측은 '방송 촬영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고 말했으나 '동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법적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피촬영자가 이해한 의도의 방송이나 촬영이 아니라면 일정 부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천일 노영희 변호사는 "촬영 동의 여부를 물을 때 '촬영해도 되죠·'라고 포괄적으로 동의를 얻는 게 아니라 얼굴이 얼마나 노출되는지, 노출되는 시간, 목적, 촬영 경위 등을 상세히 피촬영자에게 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촬영자가 앞서 언급한 수준 만큼은 아니지만 동의 자체를 구했다면 재판부가 손해배상 금액을 산정할 때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변호사는 "동의 없이 촬영을 진행, 자신의 얼굴이 방송에 나간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본격 소송에 들어가기 전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방법도 있다"며 "'본인의 얼굴이 방송된 사실을 알고 있으니 영상을 삭제하고 일정금액을 배상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촬영자가 먼저 조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신고해도 제재 방법 없어"

실제 서울고법은 지난 2008년 피촬영자들이 방송 촬영에 동의했는데도 당초 합의된 조건을 초과해 방영한 방송사와 제작사가 피촬영자들에게 초상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제작사는 드라마에 사용될 연주장면을 위해 동원된 연주자들에게 얼굴을 식별할 수 없도록 촬영하겠다는 조건으로 촬영을 진행했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연주자들 지인이라면 쉽게 알아볼 수 있을만큼 노출됐다.


한편 이같은 사례가 재발해도 예방할 구체적인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촬영이 진행된 한 여대 관계자는 "학내에서 벌어지는 일은 퇴장 조치 등을 취할 수 있지만 학교 앞일 경우 학교로서도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도 "일부 여대생들의 신고가 들어와 순찰을 돌면서 주의는 줄 수 있겠지만 뾰족한 제재 방법은 없다"고 전했다.

tinap@fnnews.com 박나원,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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