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 14언더파 단독 선두..공동 2위에 4타 앞서
'핀까지 5.2m, 4퍼트'
주말골퍼들 사이에서 종종 보게되는 광경이다. 물론 더러는 투어에서도 이런 참사는 발생되기도 한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총집결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서 벌어진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것도 세계 최정상의 선수가 범한 것이라면 그 자체가 화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다. 1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7215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 3라운드에서다. 6번홀(파4)에서였다. 앞선 5번홀까지 중간 합계 14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었던 터라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샷을 핀 5.2m 지점에 떨궜다. 그의 퍼팅 능력을 감안했을 때 누가 봐도 버디 기회였다. 그런데 긴장이 풀린 탓이었을까. 그의 첫 번째 버디 퍼트는 홀을 3m 가량 지나쳤다. 두 번째 파 퍼트도 길어 홀을 지나쳤다. 상심한 데이는 세 번째 70cm 보기 퍼트마저 홀을 놓쳤다. 오히려 원금보다 이자간 더 긴 상황이 연출됐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던 데이는 가까스로 1.5m 더블보기 퍼트를 성공시켜 6타만에 홀아웃했다. '흥분은 절대 금물이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준 데이의 첫 번째 교훈이다.
8번홀(파3)에서는 티샷 미스로 2타를 잃었다. 티샷이 왼쪽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진 것. 벙커에서 날린 두 번째샷마저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고 세 번째샷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으나 홀까지 5.5m 거리를 남기고서 2퍼트로 홀아웃하는 바람에 두 번째 더블보기를 범했다.
데이가 던져준 또 하나의 교훈이 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이다. 대부분 선수들은 한 홀에서 타수를 많이 잃는 등 플레이가 부진하면 급격한 집중력 저하로 경기 전체를 망가뜨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데이는 달랐다. 두 차례의 더블보기 이후에 곧장 버디를 잡는 등 바운스백에 성공했다. 그런 다음에는 분위기를 상승모드로 전환시켜 기어이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것이 그의 우승 방정식이자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방정식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데이는 이날 버디는 4개에 그치고 더블보기 2개와 보기 1개를 범해 1타를 잃었다. 최악의 컨디션 난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타수를 잃긴 했어도 선전이었다. 중간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데이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켄 듀크(미국), 알렉스 체카(독일) 등 공동 2위(중간 합계 10언더파 206타) 그룹을 4타 차이로 따돌리고 단독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만약 정상 등극에 성공하면 지난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에 이어 시즌 시즌 3승, 투어 통산 10승째다.
대기자 신분으로 출전 기회를 잡은 '영건' 김시우(21·CJ오쇼핑)는 버디와 보기를 4개씩 주고 받아 이븐파 72타를 쳤다. 중간 합계 6언더파 210타를 기록한 김시우는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6), 매트 쿠처(미국) 등과 함께 공동 11위다.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3타를 잃어 공동 15위(중간 합계 5언더파 211타)로 순위가 내려 앉았다. 세계랭킹 2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컷 통과에 실패하면서 '마스터스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1년 이 대회 우승자 최경주(46·SK텔레콤)는 1타를 잃어 공동 34위(중간 합계 2언더파 214타)에 자리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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