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생기는 괴담들.. 정보의 부재가 국민불안 초래
소문에 날개 단 인터넷 발달.. 정부도 정확한 정보제공 필요
가히 괴담 공화국이다. 정권마다 신빙성 없는 소문이 사회를 흔들었다. 과거 정권에서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든 괴담이 있는가 하면 정부를 믿지 못해 떠돈 소문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를 관장하는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소문에 날개 단 인터넷 발달.. 정부도 정확한 정보제공 필요
'평화의 댐' 사건은 정부가 조장한 근거 없는 괴담의 대표적 사례다. 1986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대북한 성명문'을 발표해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계획을 멈추라고 했다. 금강산댐이 건설돼 북한이 댐을 붕괴시킨다면 200억t의 물이 하류로 흘러내려 서울이 '물바다'가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후 1993년 감사원의 감사 결과 북한의 수공 위협은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그 사이 총 공사비 1700억원 중 639억원은 국민 성금으로 충당됐다.
정부를 신뢰하지 못해 나타난 괴담도 있다. '광우병 괴담'은 과학적 사실을 믿지 못해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사례다.
2008년 4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미국인도 광우병을 두려워해 호주산 쇠고기를 먹는다'와 같은 괴담이 인터넷에 퍼졌다. 정부는 사태 초기에 이를 단순 괴담으로 취급했지만, 이후 촛불집회와 이명박 퇴진운동으로 번지는 직간접적인 원인이 됐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도 이와 유사한 괴담이 창궐했다. '메르스 치사율은 40%에 육박한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과장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메르스 감염자 정보를 숨기자 일부 병원이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다고 인터넷에 퍼지기도 했다. 이 역시 사실과는 달랐다. 괴담이 떠도는 사이 메르스 사태가 터진 2015년 2·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4%만 증가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괴담이 확산하는 이유를 '신뢰의 부재'라고 분석했다.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노혜경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반 국민이 생각할 때 중요한 사안인데 정보가 불충분하다고 느낄 경우 괴담이 퍼진다"며 "국민과 정부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노 교수는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초 단위로 괴담이 퍼져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서강대 사회학과 전상진 교수는 "정보를 쥐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이 중구난방이니까 정보와 괴담 사이의 경계가 없어진 것이 문제"라며 "떠도는 괴담이 통제되지 않아 말 그대로 정보의 '무정보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괴담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노 교수는 "정부가 국민에게 정보를 충분하게 줘야 한다"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진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오랜 시간 설득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 교수는 "정부가 정보와 괴담을 구분 짓는 센터가 되어야 한다"며 "산재한 정보를 모두 일원화시켜 정부가 하는 말이면 믿을 만한 정보인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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