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학생회비=눈먼 돈?..대학가, 횡령 등 '시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12.06 15:57

수정 2016.12.06 15:57

대학 학생회 활동이 마무리되고 있는 최근 전국 대학가에서 ‘학생회비 횡령’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생회장이 회비를 개인통장에 보관, 유명 의류를 구입하는가 하면 학교 축제에 필요한 물품 구입을 특정 업체와 이면 계약을 진행해 수천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기는 등 상아탑의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명백한 범죄”라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단과대 중심 횡령..경찰 수사 의뢰 등 강력 대응
6일 대학가와 경찰에 따르면 한림대, 경북대, 강릉원주대 등 6개 대학에서 학생회비 횡령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5월 강릉원주대에서는 총학생회가 학교 축제를 주관하며 주류 업체 등과 이면 계약을 통해 물건을 고가에 판매, 리베이트를 받는 수법으로 2000여만원을 챙겨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총학생회장 신모씨(25)는 “매년 해오던 전통”이라고 해명한 뒤 사퇴한 상태다. 그러나 학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진상 조사를 진행중이다. 또 경찰에 횡령 혐의로 고발, 학생회 관계자에 대한 수사 역시 진행 중이다. 한 학생회 관계자는 “최종 횡령 금액이 2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총학은 사퇴 했지만 학생들이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집계한 대학생 횡령범죄는 지난해 417건으로, 2011년 320건에 비해 30% 가까이 급증했다. 학생들이 과거와 달리 학생회비 횡령을 ‘범죄’로 인식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학생회비 횡령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최근 학생들이 횡령 범죄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 대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단과대학 중심의 횡령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총학생회보다 학생 규모가 작아 관심이 덜한데다 자체 감사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횡령이 비교적 쉬운 구조 탓이다. 그러나 단과대 역시 수천만원의 학생회비를 운용해 실제 적발된 횡령 규모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달 경북대 한 단과대 학생회장 임모씨는 10일간 학생회비 340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하다 적발됐다. 임씨는 개인통장에 보관된 학생회비를 유명 의류구입비, 한우 음식점 비용, 검찰청 벌금 납부 등에 사용했다. 학생들은 임씨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또 같은달 한림대 경영학과에서는 학생회장 서모씨가 학생회비 600만원을 개인적으로 이용하다 회계장부를 맞춰보던 학생들에 의해 발각됐다. 서씨는 학생회비를 자신의 통장에 받아 관리하며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는 “학생회비를 쓰고 나중에 돈을 다시 채워 넣으려 했다”고 주장했으나 학생들은 공식적으로 문제화했고 학교는 교내 상벌위원회를 통해 처리할 방침이다. 해당학과 교수는 “회비를 개인 통장으로 관리하는 등 시스템적 문제가 있었다”며 “학생은 횡령 사건 이후 회장직을 사퇴하고 자숙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대학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하인혜 대학활동가(가명·27)는 “단과대 학생회는 학생 참여가 저조하고 친한 학과 학우들이 돈을 횡령해도 서로 범죄라는 인식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학교, 학생 자치영역..전문가 "독립 감사 필요"
학교측은 학생회 활동이 ‘학생 자치’ 영역이어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횡령 문제가 불거진 경북대 한 관계자는 “횡령 문제는 상벌 위원회를 열어 처분하겠지만 학생회비 관리 문제는 학생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본다”며 “학교가 개입하면 학생 자치 영역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손승현 회계사는 “조금만 악의를 갖는다면 개인 통장 등으로 운용되는 학생회비 횡령이 쉬운 구조”라며 “회계를 감사하는 학생회 내 독립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축제 등 대규모 행사를 할 때는 공개입찰을 통해 계약을 진행하고 회계장부는 공개, 모든 학생들이 열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필요할 경우 회계 전문가 도움을 받는 등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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