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비대위원장 추천권 수용여부가 내홍수습 관건..분당 위기도 고조
앞으로 진행될 최순실 게이트의 추이와 탄핵정국에서 여야 협상은 물론 집권여당의 '방향키'를 쥘 새누리당 신임 원내사령탑에 친박근혜계 인사인 충청권 출신의 4선 정우택 의원이 16일 선출됐다. 같은 날 오후 이정현 대표는 당초 사퇴시점인 21일보다 앞당겨 이날 조원진·이장우·최연혜 친박 최고위원단과 동반 사퇴해 정 신임 원내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당초 승패의 키를 쥔 중도그룹의 표심이 분당 위기가 고조될 친박 원내대표보다, 차라리 불안한 동거를 할지언정 당을 깨는 위기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아래 비박계 나경원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관련기사 3면>
'정우택 원내대표·이현재 정책위의장'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진행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총 62표를 얻어 비박근혜계 '나경원·김세연 조'(55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결속력이 강한 친박표가 거의 이탈없이 몰표를 정·이조에 던진 반면 중도층 표심은 투표에 불참하거나 일부 분산돼 나·김조의 표 확장성에 제동이 걸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본회의 가결 이후 친박·비박간 혈전이 벌이지면서 내홍이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 친박 원내지도부가 선출됨에 따라 향후 비박계의 '선택지'가 주목된다.
일각에선 친박 지도부의 등장으로 탄핵정국과정에서 수세국면에 몰렸던 친박계가 이번에 확인된 결속력을 토대로 비대위원장 구성마저 주도하면 비박계의 집단 탈당 러시나 신당 창당 움직임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반면 정치속성상 유례없는 보수정당 분당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돼 비주류가 험난한 제3지대에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당장의 탈당카드를 선택하기보다는, 일단 당 잔류후 비대위 구성 등에서 비주류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재기를 위한 암중모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혼재한다.
5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농림부 장관을 지낸 정운갑 전 의원의 아들인 정 신임 원내대표는 옛 자민련 출신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충북도지사·당 최고위원·국회 정무위원장 등을 거치며 풍부한 의정활동과 경륜 등을 쌓았고, 최근엔 차기 대선 출마 의지까지 내비친 '통솔형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고 화합과 혁신으로 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들로부터 다시 박수를 받고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사즉생의 마음으로 한번 살려보자.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을 의식한듯 조만간 뽑을 비대위원장을 중도를 표방하는 인사나, 또는 비주류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수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어서 향후 비주류의 대응이 주목된다. 비주류가 비대위원장 추천권을 수용한다면 그동안의 갈등과 대립국면은 해소될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게된다.
비주류 일각에선 친박 지도부와 새롭게 구성될 비대위가 친박계 의도대로 흘러갈 경우 탈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여차하면 당내 원심력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비주류 내부에서도 탈당 동조 그룹의 규모가 아직 소수인 데다 여전히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분당'보다는, '불안한 동거'를 통해 내홍을 최소화하고 내년 조기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을 위해 보수대연합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 분당사태로까지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특히 이 대표와 친박 최고위원단이 이날 동반사퇴를 전격 선언, '정우택 호'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소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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