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시급한 과제"
SOC사업·국채발행·증세 없는 '3無 추경'
직접 프레젠테이션 하며 추경 필요성 강조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장 시급한 과제"
SOC사업·국채발행·증세 없는 '3無 추경'
직접 프레젠테이션 하며 추경 필요성 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 "경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나아가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 나서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추경 편성을 설득하기 위해 본회의장 연단에 오른 그는 이번 추경에 대해 "응급처방이지만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규정하며 "국민은 버틸 힘조차 없는데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 국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함께 해주시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추경 관련 시정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국회에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중심 추경안을 제출한 바 있다.
■"해법은 일자리 창출뿐"
문 대통령은 이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추경의 시급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면접 한 번 보지 못한 취업준비생과 실직 후 삶을 비관해 자살을 택한 청년, 부상 당한 소방관, 과로로 사망한 집배원 등의 사례를 들어 "국민의 고달픈 하루가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삶이 고단한 근본 원인으로 일자리 문제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지금 우리의 고용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며 "지난 대선 때 우리 모두는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기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 실업과 관련된 통계 현황을 설명하며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에코붐세대의 주취업연령대 진입이 계속되는 동안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득분배 악화와 경제불평등 역시 일자리 창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문 대통령은 주장했다. 경제불평등 심화는 성장과 함께 국민 통합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하며 "시민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해법은 딱 하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며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정부'이고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다. 일자리 대책을 이번 하반기부터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SOC·국채발행·증세 없는 '3無추경'
문 대통령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 국채발행, 증세 없는 이른바 '3무(無) 추경'임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올해 예상 세수 증가분 8조8000억원과 세계잉여금 1조1000억원, 기금 여유자금 1조3000억원을 활용해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중심 추경안을 편성했다"고 했다.
이번 추경의 목적은 △청년 취업·창업 △여성 일자리 확대 △노인 일자리 및 건강권 확보 △지역 일자리 확대와 민생·국민안전 강화 △지방자치 확대 등에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특히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지금의 청년세대를 두고 '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우리의 미래인 청년에게 최우선 순위를 뒀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안전·복지·교육 분야 등 공공부문 일자리 2만4000개 창출 △중소기업 5000명 추가채용 지원금 지급 △내일채움공제 적립금·대상인원 확대 △청년창업지원펀드 확대 △3000억원 규모의 재기지원펀드 신설 △월 30만원 규모의 청년구직촉진수당 신설 △청년 임대주택 2700가구 공급 등을 제시했다.
여성 정책으로는 △육아휴직 급여 최대 2배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새일센터 창업매니저·취업설계사 배치와 직업교육 과정 확대 등을 내놨다. 노인 공공일자리 3만개 확대, 노인 일자리 수당 월 27만원으로 인상은 물론 치매국가책임제의 첫 사업으로 치매안심센터 확대도 담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국회가 환경미화원을 직접 고용한 사례를 들며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선도적인 노력은 국회가 먼저 시작했다"고 추켜세우며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다. 정부의 모든 정책역량을 일자리에 집중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일자리에서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께도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대 가장 빠른 시정연설
문 대통령의 이날 시정연설은 취임 33일 만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르다. 그는 이와 관련, "역대 가장 빠른 시기의 시정연설이자 사상 최초의 추경 시정연설"이라며 "국회와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치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받아들여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인사청문 정국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비상시국에 인수위 없이 출범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조속히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회의 협력을 부탁드린다. 저와 정부도 국회를 존중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의해나가겠다"고만 했다.
한편 이날 시정연설에는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전병헌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박수현 대변인 등 청와대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