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일간 탈원전을 비롯해 최저임금 인상, 검찰개혁 추진,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강 강화,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등 논란속에 과단성 있는 조치들이 이뤄졌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핵·미사일 문제로 인한 한반도 안보 위기설과 복지확대와 재원마련 문제, 일자리 창출과 경제혁신 등 현안들이 산적하다.
이제 첫 발을 뗀 것이나 다름없는 문재인호(號)에 각계 원로 및 전문가들은 소득주도 성장론과 같은 분배중심 정책과 성장과 혁신의 가치를 동시에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고리 원전 5·6호기, 한·일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TF등 정부가 주요한 의사결정을 여론에 맡기는 모습은 재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분야에서 박재윤 전 재무부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에 대해 "지금까지의 편향된 분배구조를 시정할 필요성은 크지만, 그것이 성장 경시와 분배 치중 정책으로 귀착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성장을 경시하는 풍토가 자리잡게 되면 결국 '모든 국민이 다같이 못 살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탈원전정책과 관련 "공론화위원회에서 탈원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매우 불합리한 접근"이라며 "에너지정책은 안전성과 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고도로 전문적인 검토를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하는데 여론에 의해 결정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최진녕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간 가장 큰 성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갑질 근절 대책'을 꼽았다.
신 교수는 다만, 새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일자리 정책에 대해 "현재까지는 이전 정부와 큰 차이가 없다"고 다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놨다. 그는 "예컨대 고용증대세제, 비정규직세제, 임금인상세제 등으로 구성된 새 정부의 '일자리 지원세제 3대 패키지'는 과거 박근혜 정부의 근로소득장려세제와 거의 유사하다"고 지적했으며,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있지만 민간부문 일자리에 대책은 미흡하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 100일 동안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고질적인 갑을관계 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및 법집행 강화를 위한 정부의 가시적인 노력과 성과는 많은 국민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탈원전 정책에 대해선 "에너지안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탈원전 정책 시행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도 구성이나 활동 역시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KAIST 교수)는 현재 소득주도 성장론에 기울어진 경제정책을 '혁신'으로 중심추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이사장은 "국가 전체의 분배는 추진하는데, 혁신은 아직 약한 상태"라고 진단하며 "더욱이 노동시장이 경직된 국가에선 혁신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외교분야에서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한반도 정세 안정 과제와 관련 "현재로선 북·미간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한·미동맹을 기초로 한·미간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 "북·미간 긴장감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대화 협상 국면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그만큼 짧아지게 된다"면서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듯이 미북간 말폭탄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긴장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오판에 의해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미국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명진 고려대 공공사회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100일간 노동의 가치에 대한 충분한 정책 메시지를 줬다"고 평가했으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감내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 입장을 제시했다. 황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한다는 자아도취감을 경계해야 하며, 이념의 시대가 아닌 올바른 일은 제대로 한다는 사고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은효 장민권 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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