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학생들이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교육 및 연구 활동에 전념해 자칫 혼자만의 세계에 빠질 수 있는데, 조정을 통해 체력도 키우고 공동체 의식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리더십을 키울 수 있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조정부는 지난달 28~29일 개최된 대학조정대회에서 2회 연속 종합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창단 5년 만이다. 창단 당시 배가 없어서 차로 1시간 거리를 이동해서 배를 얻어 탔던 것을 떠올리면 "이거 실화야?"라고 물을 만도 하다.
DGIST 조정부를 이끌고 있는 인수일 지도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가 조정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화학과 박사과정) 유학 시절이다.
인 교수는 "영국에는 많은 대학에 보트하우스가 있고, 대학 한 곳당 많게는 100척 이상의 배를 운영한다. 왜 이들이 조정에 열광하는지 궁금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조정과의 첫 만남은 호기심으로 시작됐지만 힘든 유학 생활 중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바로 조정이었다.
인 교수가 학업을 마치고 DGIST에 부임한 이후에도 조정 사랑은 계속됐다. 그는 부임 이듬해인 2013년 DGIST 조정부를 만들었다. 그는 "DGIST는 학교 바로 옆에 낙동강이 흘렀고 유속이 느려 조정하기 참 좋은 환경을 갖췄다"면서 "특히 조정은 초일류 융복합 교육을 지향하는 DGIST의 교육철학과도 잘 맞고 DGIST의 교육 인재상인 창의.도전.협력.배려의 정신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인 교수는 현재 DGIST 세계명문대학 조정축제 조직위원장도 맡고 있다. 올해로 3번째를 맞이하는 조정축제는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대구 달성군에서 개최된다. 조정축제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하버드대, 중국 홍콩과기대, 호주 시드니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한국의 DGIST 등 총 6개국 7개 대학 1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우정과 열정의 레이스를 펼친다. 축제 마지막 날 열리는 수상마라톤은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인종.국적.성별을 초월해 만든 혼성팀이 세계 최장 거리인 12㎞를 완주하는 것이다.
인 교수가 처음 조정축제를 개최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MIT, 하버드대, 케임브리지대 같은 세계 명문대 학생들이 달성군이라는 시골에 오겠느냐며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인 교수는 유학 시절 함께 배를 탔던 친구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하는 등 참여대학을 늘렸고 대구시, 달성군 등 관련 부처를 설득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고 찾아갔다.
인 교수는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조정을 통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면서 "세계 명문대 조정축제가 국제적 명품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앞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 문화의 아이콘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