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MRI 고가검진 유도"..건강관리協, 실적 압박에 환자 과잉검진 논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7 15:20

수정 2017.08.27 15:20

한국건강관리협회가 운영하는 실적 프로그램. 한 지부에서 '접수자 추가실적'이란 이름으로 상담 직원 이름과 함께 추가 금액을 파악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추가 금액이 환자들에게 다른 검사를 유도했다는 증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 지부에서는 이날 하루 접수 직원들의 추가 금액 실적이 1000여만원에 달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가 운영하는 실적 프로그램. 한 지부에서 '접수자 추가실적'이란 이름으로 상담 직원 이름과 함께 추가 금액을 파악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추가 금액이 환자들에게 다른 검사를 유도했다는 증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이 지부에서는 이날 하루 접수 직원들의 추가 금액 실적이 1000여만원에 달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내부 프로그램은 여러 지부들의 실적을 볼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간부급 직원들은 매일, 매주 다른 지부의 실적 상황을 확인해 실적이 낮은 경우 과잉 진료를 요구하는 등 실적 압박을 했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한국건강관리협회 내부 프로그램은 여러 지부들의 실적을 볼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간부급 직원들은 매일, 매주 다른 지부의 실적 상황을 확인해 실적이 낮은 경우 과잉 진료를 요구하는 등 실적 압박을 했다고 직원들은 전했다.

비영리 검진전문기관인 한국건강관리협회가 상담 직원들에 대한 환자 유치 강요 및 실적 압박에다 환자를 대상으로 고가의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과잉 검사 유도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이 영리를 추구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사설로 운영되는 협회는 국내 2만여 검진기관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특히 협회는 직원들에게 ‘2000원 꼴 시간외수당을 지급했다’는 본지보도(2017년 7월 24일 17면 참조)에 이어 ‘과잉검진’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관계당국의 철저한 감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지난 24일부터 9월 6일까지 보건복지부 감사중이다.


■"실적 표시 프로그램 운영, 비의료인 설명도"
27일 건강관리협회, 직원 등에 따르면 협회는 16개 시·도 지부를 대상으로 직원별 환자유치 실적이 표시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상담 직원들은 매일 실적 압박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한 지부 소속 직원은 “프로그램에 환자가 직접 예약한 검진 수입과 별도로 ‘추가 금액’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상담 직원이 환자에게 예약된 검진 외에 다른 검진을 유도해 발생시킨 금액으로, 실적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뉴스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입수한 협회 한 지부의 수입 현황에 따르면 A직원의 특정일 추가금액이 200만원이었고 B직원은 250만여원이었다. 이날 환자가 예약한 총 검진 수입은 700만원 가량인데 비해 추가금액은 1000만원에 달했다. 방문 환자들이 예약한 검사 외에 다른 검사를 더 진행했다는 뜻이다. 해당 직원은 “간부 직원들이 일, 주, 월별로 프로그램상 직원별 실적을 본 뒤 적으면 과잉 검사를 유도하도록 부추겼다”고 털어놨다.

환자에게 MRI 등 고가 검사 위주로 유도하는 지침이 내려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간부급 직원은 “본부장이 ‘다른 지부는 하루 2000만원을 벌었는데 우리는 1000만원을 벌었다’고 질책하기도 한다”며 “부장 등은 부하 직원들을 모아놓고 비싼 MRI, CT 검사 위주로 실적을 채우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협회는 전국 16개 지부를 통해 지난해 560만건의 검진 서비스를 제공, 2928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협회는 검진 수입 목표를 매년 150억~200억원씩 높이고 있다. 올해 협회는 내부방침으로 검진 목표액을 3100억원으로 정해놔 지부마다 목표 달성에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비의료인인 상담 직원들이 환자에게 검사를 유도하기 위해 의료적 설명을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담 직원들은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자격증이 있지만 비의료인이다. 직원들은 의사인척 설명을 한다고 토로했다. 한 직원은 “어르신들은 직원이 의사처럼 가운을 입고 의학 용어를 쓰면서 위 내시경 , MRI 촬영 등이 필요하다고 하면 따른다”며 “의료 설명은 상담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가르쳤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CT 촬영을 하는 환자에게도 검사 중간에 말을 걸어 다른 검사를 받을 생각이 없느냐고 묻는 경우도 봤다”며 “비의료인의 의료 설명에 의사, 상담사 모두 불만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부산의 한 협회 지부에서는 환자 건강검진결과를 영양사가 상담하다 발각돼 환자 보호자가 부산시와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일부 환자는 협회에서 추가 검진을 유도했다고 말한다. 이달 초 협회를 찾은 C씨는 “대장암과 위암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했는데 상담 직원이 피검사와 간암 검사도 별도로 받아야한다고 해 예약할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기관에서 직원별로 환자 유치 실적을 파악하고 실적 압박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바 없다”면서도 “환자에게 과잉 검사를 유도했다면 비영리로 운영되는 의료기관 본래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부별 수입 파악하지만 실적프로그램은 사실과 달라"
이에 대해 협회는 실적 프로그램을 운영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부별 수입을 파악하고 있지만 직원 개인별 실적 관리는 하지 않고 있고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개인실적이 인사평가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실적 평가를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부산 지부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의사가 검진 설명을 마치고 나온 뒤 영양사가 재차 답변하다가 오해가 생긴 것으로, 비의료인의 의료 설명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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