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기금을 지원한 역사서에서 고구려, 발해는 물론 백제까지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이상훈 육사 교수가 '백제역사편년' 등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 5권을 분석한 결과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고구려와 백제, 부여 역사를 중국사 연호(年號) 중심으로 기술한 총서 속 '백제의 역사가 초기부터 중국사'라는 주장은 중국 학계에서 처음 나왔다. 백제 말 당(唐)이 설치했다는 웅진도독부를 근거로 "백제가 멸망하며 중국에 예속됐다"는 주장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이는 중국판 역사왜곡이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동북공정이 공식 종료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 국가주석 시대를 맞아 중국 중심 사관의 색채는 더 강렬해진 형국이다. 시 주석은 집권과 함께 미래비전으로 '중국몽'을 내걸었다. 실천 전략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다. 즉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인프라 개발과 무역 증대로 중화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전략이다.
중국몽은 한족 중심의 강력한 통일국가였던 한(漢)과 당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고 한다. 동북공정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한반도와 만주에 터 잡았던 우리 민족이 대제국 한.당으로부터 자주 수난을 당하기도 했던 역사가 새삼 떠오른다. 일대일로 실행계획 속에 한반도와 인접한 동북 3성이 극동과의 창구역을 맡도록 짜인 것도 우연이 아니란 생각도 든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우리 기업들에 온갖 보복공세를 가하고 있지 않나. 동북공정도 결국 대국주의의 한 갈래다. 우리끼리 아웅다웅할 게 아니라 짙어지는 중화 패권 본색을 주의깊게 살펴 대책을 세울 때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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