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뭐 이런 걸 다..] 건물주 공실 걱정에.. 세입자는 '사생활 헌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2 19:48

수정 2017.10.12 19:48

아직 이사 안 갔는데 들이닥치는 불편한 손님
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살림 공개
남의 살림 가득 찬 집, 꼼꼼한 확인 힘들어
#공실은#세입자책임#사생활헌납

두 달 후 계약기간이 끝나 이사 갈 예정인 세입자 A씨.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 “다음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달라”는 중개업소의 요구가 못마땅하다. 갑작스러운 낯선이의 방문은 항상 부담스럽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제날짜에 무사히 받아야 할 보증금이 볼모로 잡혔다. 괜히 건물주 심기를 건드리는 것보다 불편을 감수하는 게 낫다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남의살림#보고싶지않아

B씨(男)는 이사를 위해 월세방을 보러 다녔다. 대학 주변 임대인 아주머니는 “원래 보여 줄 방이 공사 중이다“라며 구조가 같은 옆집의 현관을 거칠게 두드렸다. 여성으로 보이는 이름을 부르며 “XX 학생 안에 있어?” 하더니 아무 반응이 없자 열쇠로 현관문을 열었다. 여학생은 나가고 없었다. B씨는 불편한 마음에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발길을 돌렸다. 세입자 방에 함부로 들어가는 자기중심적인 집주인과 엮이면 골치 아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료사진(파이낸셜뉴스DB)
자료사진(파이낸셜뉴스DB)

계약만료 전, 임대인이 물건을 내놓으면 임차인은 당황하게 마련입니다. 공실 기간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세입자의 사생활 헌납이 필요합니다. “다음 세입자에게 집을 보여 줘야 한다”는 갑작스러운 연락은 불쾌와 불편을 가져옵니다. 집주인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와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언가 개운치 않습니다.

집주인이 '집 보여주기'를 두고 협의를 요구하면 난감합니다. 사생활을 침해 받는 게 싫어서 거절했다가 혹시나 트집 잡히면 보증금 환수에 문제 생길까 전전긍긍해야 합니다. “다음에 들어올 사람을 못 구해서 보증금을 못 주겠다“고 으름장을 늘어놓는다면 골치가 아픕니다. 이런 상황이면 당연히 법과 상식은 세입자 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불안하거나 일이 복잡해집니다. 께름칙하더라도 사생활을 헌납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만약 집주인이 무단으로 들어갔다면 더욱 불쾌합니다. “주거침입으로 주인을 고소하라”는 충고는 무책임하게 들릴 뿐입니다.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며 갈등을 키우기는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다음 임차인도 살림이 가득 찬 집을 보는 건 불리합니다. 꼼꼼히 살피기에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면적을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가구가 가린 벽지와 바닥도 볼 수 없습니다. 결로 상태를 보자고 남의 집 장롱을 옮기고 장판을 들춰야 할까요?

우리나라의 이런 관습은 어떤 외국인에게 큰 충격을 줬습니다. 작년 8월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일본인 오오기 히토시 씨는 한국에서 집을 구한 경험담을 선보입니다. 그는 “일본은 살던 사람이 나온 후 등록해서, 빈집만 볼 수 있다”며 “한국은 사람 사는 집에 찾아가서 집 구경을 한다. 그게 일본에서는 엄청 민폐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행한) 아저씨가 문을 (거칠게) 두드려 매우 놀랐다. 이는 일본 야쿠자가 돈 받으러 갈 때 쓰는 방법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야쿠자 이야기는 농담조가 섞였지만, 그는 한국 문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위와 같은 거래 문화들에 관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거래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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