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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쉽게 가볼까 하다가도 노력하는 후배들 보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30 19:59

수정 2017.10.30 19:59

"정신 번쩍차리게 되죠"
'해피엔드' 정지우 감독과 '침묵'으로 18년만에 호흡 맞춘 배우 최민식
연인의 죽음에 딸이 연루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
"이하늬.류준열 등 유연성 넘쳐.. 어린 친구들이 참 잘하더라"
"흥행 잘될까, 그런 생각 안한다.. 내겐 대중과 소통하는게 우선"
영화 '침묵'
영화 '침묵'

흔히 말하는 연기의 신(神), 이 낯간지러운 단어가 어색하지 않는 이를 꼽으라면 최민식(55)은 첫손에 꼽히는 배우다. '넘버3' '쉬리' '올드보이' '주먹이 운다'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에 이르기까지 그의 흔들림 없는 연기는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 우리의 기대치를 언제나 충족시켜왔다. 그런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유독 약한 부분을 찾으라면 로맨스다. 1989년 데뷔해 28년간 주인공으로 살아온 배우에게 이렇게 로맨스물이 드물기도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새 영화 '침묵'은 미스터리 스릴러임에도 '사랑에 빠진 남자'로의 '임태산'에 눈길이 간다.
그가 맡은 임태산은 맨손으로 자수성가해 부와 명예, 권력, 사랑까지 모든 성공을 손에 쥔, 말하자면 '세상을 다 가진 남자'다. 축제라는 뜻을 담은 자신의 요트 '라 페트'호에서 연인과의 행복한 미래를 그리던 완벽했던 어느 날, 갑작스런 연인의 죽음과 그 사건의 용의자로 하나뿐인 딸이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민식은 "(로맨스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다. 매번 살인자나 센 영할만 했는데 오랜만의 멜로 정서가 참 좋았다. 젊고 생생할 땐 (그런 역할이) 안 들어오더니 나이 먹으니까 오히려 들어온다"며 크게 웃었다.

'침묵'에서 그는 딸에게 불리한 증거도 기업 이익을 위해 공개하는 냉혹한 기업인이자 자신의 연인을 깊이 사랑한 남자, 사고뭉치 딸의 아버지인 임태산의 다양한 감정을 스크린에 펼쳐냈다. 그는 "임태산이라는 인물이 성공한 기업가로 자리잡기까지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겠나. 그런 그에게도 자신의 딸이 연인을 죽였다는 의혹은 난생 처음 겪는 충격이었을거다. '침묵'은 소중한 것을 잃은 한 남자의 뒤늦은 참회,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침묵'은 최민식과 정지우 감독이 '해피엔드'(1999년) 이후 18년만에 재회한 영화다. 두 사람은 "대본을 보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 "최민식이 장르"라며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 감독이 이 작품을 선택한 첫번째 이유다. 기본적으로 가진 신뢰가 있으니까. 대본도 보지 않고 결정했다. 정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얘기를 많이 하는 거다. 배우들과 꺼리낌없이 소통하고, 일체의 권위의식이 없다. 사실 이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게 참 좋았다. 다른 계통이었다면 18년만에 다시 만나 이렇게 같이 일할 수 있었겠나. '너나 나나 징글징글하게 하니까 이렇게 다시 만나서 일한다'는 짠함, 그런게 감사했다"고 털어놨다.

최민식 "쉽게 가볼까 하다가도 노력하는 후배들 보면.."


이 영화에서 함께 한 후배 배우들에 대한 극찬도 이어졌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약혼녀 '유나' 역의 이하늬, 딸의 변호사 '최희경' 역의 박신혜, 딸 '임미라' 역의 이수경, '유나'의 극성팬인 류준열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영화에서 서로의 호흡이 어그러지면 힘들어진다. 스스로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받아줄 수 있는 유연성이 없으면 어우러지지 못한다. 그런데 어린 친구들이 참 잘하더라"며 흐뭇해했다. 특히 연인으로 합을 맞췄던 이하늬에 대해서는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유나'의 경우 딸을 둔, 나이차가 나는 연인과의 깊이 있는 사랑을 그려야 한다. 스펙트럼이 넓은 역인데, 이걸 어떻게 해낼까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연기를 보는 순간 고마웠다. 내 상대역이 자신의 배역을 풍성하게 표현해줄 때 고마운거다"며 칭찬했다.

그는 "사실 나도 사람인데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다. 좀 쉽게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그걸 제일 경계해야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동료다. 치열하게 비틀고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만나야 나도 깨달음을 얻는다. 이어 "'이 영화가 장사가 될까'를 생각하는 순간 피곤해진다. 흥행 여부는 뜬구름 같은 거다.
그런 부분에서는 자유로워지려 한다.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거다.
좋은 작품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만 생각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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