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은 여전히 매물품귀 현상을 빚으며 매도자 우위시장이 계속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되면, 다주택자들이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내놔 천정부지로 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과 '정반대'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매도자는 추가 집값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손에 쥔 채 '관망세'를 이어가거나, 내놓은 매물마저 거둬들이고 있다. 매수자는 어쩌다 나온 매물마저 몸값이 너무 올라 거래를 망설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번 정부 규제로 '돈 되는 한채를 갖자'는 인식이 더 확고해져 강남쏠림 현상을 부추겼으며, 오는 2월 설 연휴가 지나도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 말라버린 강남권 매물
16일 서울 송파구 중개업소에 따르면 일반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가릴 것 없이 매물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고 한다.
송파구는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강남3구(송파·서초·강남)는 물론 서울 전체 주택시장에서도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일 송파구 아파트 주간 매매가 상승률은 1.10%로, 서초구(0.26%)나 강남구(0.70%)보다 상승폭이 가파르다. 지난해 연말이나 올해 초까지도 1% 안팎의 매매가 상승률을 보였다.
이에 지난해 연말부터 송파구쪽 문의가 급등했고, 매물품귀 현상은 더욱 심화될수 밖에 없다는게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나마 가격 부담이 덜하고 매도에 부담이 없는 중소형 아파트는 아예 씨가 말라버렸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서울 송파구 '래미안 송파파인탑'은 전용면적53㎡와 전용64㎡ 매물이 단 한건도 없다. 전용87㎡는 호가만 11억원 중반까지 올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전용면적은 지난해 11월 저층은 9억원 후반에, 중~고층은 10억원에 거래됐었다.
단지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초등학교 학군도 좋고 중소형 평수위주라 이 단지로 옮겨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아파트) 매물이 한 건도 없다"면서 "그나마 이 아파트 가장 큰 평수인 전용87㎡도 물건은 나와있지만 집주인이 거둬들일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어 실제 거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중개업소간 경쟁마저 심화된 모습이다. 송파구 E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1~2건 간간히 나오는 상황이다보니 거래 문의를 하는 매도자한테 다른 중개업소에는 물건을 내놓지 말고 1대1로 끝까지 했으면 좋겠다는 부탁까지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 열기는 더하다. 현재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송파구 장미아파트의 매물은 한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아파트는 현재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뒤 조합 설립을 추진중이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11억4500만원에 거래된 전용71㎡는 12억원 중반에 매물이 한 건 나와 있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돈있고, 사고 싶다고 해서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재건축 아파트는 없어서 거래를 못할 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82㎡도 지난해 12월 18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1월에는 19억2000만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두달새 5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현재 동일 전용면적은 내부 수리상태나 층수에 따라 19억5000만원~20억원까지도 호가가 형성됐다.
■강남권, 설 지나도 꺾이지 않을것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이어 '초고강도'로 평가받는 보유세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이미 '돈되는 한채=강남 집'이라는 인식이 박힌 수요자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는 2월 설 연휴가 지나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남은 한 채라도 가격이 워낙 높다보니 중도금 분납 등의 일정을 고려할때 늦어도 지금쯤은 매도-매수자간 계약이 가시화 되야 하는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설 직후는 시간이 빠듯할 수 밖에 없어 연휴 이후에 강남에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보유세를 도입해도 여유자금이 부족한 일부 은퇴세대 등을 제외하면, 향후 얻을 수익이 더 커 강남에 갖고 있는 주택을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예 물량이 안나오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기대하는만큼의 물량은 나오지 않고, 매수-매도자간 눈치싸움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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