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폭설이 쏟아진 지난 1월 22일. 사무실에서 점심 도시락이나 사다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선배의 연락을 받았다. ‘전설의 튀김이라니’ 넘쳐나는 궁금증이 귀차니즘을 이겨내는 순간이었다. 4년 만에 내린 대설 경보도 잊은 채 코트를 꺼내 입고 총총 걸음으로 약속 장소인 신주쿠 미츠코시 이세탄 백화점으로 내달렸다.
그와 향한 곳은 신주쿠 이세탄 백화점 옆 골목.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허름하지만 정갈한 두 튀김전문점의 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이쪽은 츠나하시(天ぷら新宿つな八)라고 94년 된 튀김가게고 저쪽은 후나바시야(天ぷら船橋屋)로 132년 된 튀김가게야.”
한 골목을 두고 오랜 역사를 지닌 두 튀김가게가 서로의 라이벌이 되어 함께 발전해 온 것이다. ‘정말 일본스럽다’라는 감탄과 함께 ‘왜 한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을까’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들었다.
일본에서도 이런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과 상속세의 여파다. 사람이 줄어들어 취업이 자유로우니 가업을 잇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또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속세가 있다 보니 승계는 더욱 이뤄지지 않고 있는 추세다.
일본 정부는 중소기업의 세대교체 촉진을 위해 '2018년도 세제 개정'을 통해 상속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사업을 계속하는 조건으로 승계 받는 모든 비상장 주식의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것이 이 방안의 골자다.
후나바시야로 정한 우리는 점원의 추천에 따라 카츠라코스(桂コース)를 시켰다. 특선 7가지 튀김과 사시미 몇 조각, 밥, 된장국이 나오는 세트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튀김은 맛이 없을 수 없다. 특히 갓 튀겨 나오는 튀김요리는 말이다. 하지만 이 가게의 특제 점보 튀김은 정말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멋진 요리였다. 야채와 새우의 알찬 조합이 무척 훌륭했다. 추운 날씨 가슴까지 따뜻해지는 튀김요리 어떠세요?
sijeon@fnnews.com 전선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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