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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평창서 본 남북 디지털 격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2.14 14:35

수정 2018.02.14 14:35

北 해킹역량만 기형적 발전
주민 온라인 소통 허용해야
IT 진흥도, 경제회생도 가능
[구본영 칼럼] 평창서 본 남북 디지털 격차

직업병일까. 기자는 북한 대표단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를 지켜봤다.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삼성전자가 특별 제작한 '갤럭시노트8 올림픽 에디션'을 참가국 관계자 전원에게 지급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다. 그러나 여태껏 이 한정판 스마트폰은커녕 다른 기종조차 손에 든 북한 관계자를 보기 어려웠다.

알고 보니 북한 선수단은 이 스마트폰을 수령하지 않았다. 애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경제제재 결의안을 의식해 북측에 대회 기간에만 사용하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북측이 이 IOC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물론 응원단과 예술단을 포함한 북 대표단의 '휴대폰 불모(不毛) 현상'을 유엔 제재 탓으로만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북 대표단 중 누군가가 우리 사회에선 단종 직전인 2G폰이라도 들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북한은 우리에 비해 아직 아날로그 사회다. 보통 주민들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www)과 차단돼 있다. 서방 언론이 "인터넷의 독재 버전"으로 평가한 '광명'이 있지만, 접근 가능한 웹사이트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마저 검색과 채팅 및 e메일이 철저한 감시대상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가보진 않았지만, 평양 과학자거리의 최신 아파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게다. 집집마다 와이파이가 팡팡 터지는 우리네 'e 편한세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다만 남북 디지털 격차가 경제력 격차와 정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 재미동포 박찬모 평양과학기술대학 명예총장은 "북한이 컴퓨터 부문의 기술 수준에서 미국과 동등한 분야도 있다"고 평가했었다. 2016년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를 통해서다. 최근 미국은 "가상통화를 이용한 북한의 자금세탁을 차단해 달라"고 한국에 요청했다. 그의 진단이 과장이 아니란 생각도 든다.

요즘 일본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체크 5000억대 해킹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우리 정보당국도 북한이 수백억원 상당의 국내 가상화폐를 탈취한 사실을 파악했다. 특히 북한이 해외에서 해킹한 가상통화를 국내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려는 시도가 포착됐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이 달러화 북한 유입을 차단하려고 방한한 배경이다. 만일 올림픽에 e스포츠가 포함된다면 해킹 종목에선 북한이 가히 금메달감이다.

이처럼 사이버전 능력은 미국에 버금간다지만 북 주민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도는 매우 낮다. 이런 기형적 구조를 올림픽 자원봉사자의 전언에서 확인했다. 북한 관계자들이 "'평양엔 스마트폰이 없어서 신경 쓸 일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니…. 남한의 자유에 물들까봐 선수들의 선수촌 내 오락실 출입도 통제하면서.

인터넷이나 휴대폰은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사용자의 편익과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게 돼 있다. 이른바 '망외부성'이다. 그러나 해킹 역량은 키우면서 주민 간 쌍방향 소통은 차단하는 게 북한식 '디지털 세상'의 현주소라면? IT산업인들 번창할 턱이 없다.
결국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고 온.오프라인에서 개혁.개방을 택해야만 북한 경제의 회생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온갖 정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일 때 세습독재 체제의 온존이 어려워진다는 게 그의 딜레마다.
평창에서 드러난 남북 디지털 격차를 보며 떠올리는 단상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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