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대체 의사 없어 연장 인권위 결정 보고 처분" 의사 "폭행 없었고 말싸움만"
서울의 한 구청이 소속 의사에 의한 간호사 폭행, 폭언사실을 감사팀을 통해 조사했으나 가해자로 지목된 의사는 근로계약이 연장된 반면 피해 간호사는 계약 종료로 직장을 떠났다. 피해자의 제소로 조사에 착수한 인권위원회는 의사의 폭언, 위협적 행위 등을 인정했다.
A구청 보건소에서 기간제 간호사로 일한 B씨(여)는 지난해 9월 1일 같은 보건소에 근무하는 동료 임기제 의사 C씨에게 폭언, 폭행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민원인, 동료 있는데도 폭언.폭행" 주장
6일 해당 구청과 B씨 등에 따르면 이날 C씨는 보건소 방문 민원인과 상담 뒤 B씨에게 다가가 "네가 (환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줬다"며 뒤에서 겨드랑이 부위를 손으로 밀쳤고 의자에 앉아있던 B씨가 휘청거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밀려오는 통증과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어진 B씨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3~4차례 같은 행위가 반복됐다고 그는 주장했다. 다른 직원이 "선생님 이 행동은 아니다"며 저지하자 행위는 멈췄고 이날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찾은 민원인과 다른 직원이 이런 광경을 지켜봤다고 B씨는 설명했다.
B씨가 화장실로 향하는 것을 본 C씨는 "우는게 뭐 대수야. 여기가 어리광 부리는 데야"라며 "예쁘지도 않은 얼굴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어" 등 막말을 했다고 B씨는 털어놨다.
구청 감사팀은 지난해 9월 사건 당일 폭행 및 폭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폭언을 들었다는 다른 간호사들의 증언도 파악했다.
그러나 구청은 지난해 말 계약 종료를 앞둔 의사 C씨와 올해 연장 근로계약을 맺었고 간호사 B씨는 퇴직했다.
특히 B씨는 사건 발생 직후 "구청에서는 '의사가 사과하니 네가 받아줘라'는 분위기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없었다"며 "의사가 계약 연장된다는 소리를 듣고 그와 같이 일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의사 C씨는 "간호사가 일처리를 하다가 실수를 해서 이를 바로 잡으려다 서로 말싸움으로 번진 것"이라며 "폭행 등은 없었고 거짓 주장이 계속될 경우 명예훼손 등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일처리 실수, 시정하려다 말싸움 번진 것"
구청 감사팀 관계자는 해당 의사와 올해 계약을 연장한 데 대해 "의사가 실력이 있고 대체할 사람도 구하지 못해 계약을 연장한 것"이라며 "이런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처음 접하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인권위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아직 인권위 결정사항이 구청에 전달되지 않았으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인사위원회를 개최, 공무원 품위유지 위반 등으로 처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임기제 공무원은 계약이 종료될 경우 징계할 수 없기 때문에 조사를 빨리 진행해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며 "조사가 늦어졌다고 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계약 연장을 보류하는 게 일반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B씨는 인권위에 제소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27일 가해자로 지목된 의사의 폭언, 위협적 행위 등을 인정, 해당 구청에 구제조치의 이행을 권고하는 결정을 했다. 권고는 가해자의 위협행위 중지 및 보건소 직원에 대한 인성교육, 해당 구청장 주의 등으로, 결정문은 아직 구청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