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뚱뚱해도 괜찮아" 세계는 지금 '신체 긍정' 열풍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9 10:00

수정 2018.06.09 14:09

[사진=스윔슈츠포올 인스타]
[사진=스윔슈츠포올 인스타]

울퉁불퉁한 셀룰라이트, 주근깨나 잡티도 그대로 있다. 광고나 화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 시선을 잡아 끈다. 몇 해 전부터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긍정하는 '보디 포지티브' 운동이 진행 중이다.

미국 속옷 브랜드 '에어리'는 보디 포지티브 운동의 대표적인 선례로 꼽힌다. 미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에어리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38% 증가해 모기업 의류 브랜드 아메리칸 이글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에어리는 2년 내 10억달러(약 1조7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외신들은 에어리 돌풍을 '보디 포지티브' 마케팅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아메리칸 이글의 제이 쇼텐스타인 최고경영자(CEO)는 "보디 포지티브 운동 이후 에어리는 고객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됐으며, 기록적인 확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에어리 광고 이미지 [사진=에어리 공식 인스타]
에어리 광고 이미지 [사진=에어리 공식 인스타]

'보디 포지티브'란 획일적인 미의 기준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신체 긍정' 움직임이다. 날씬한 몸매에 완벽한 피부, 미디어가 주입시킨 비현실적 미의 기준은 현재의 내 몸을 끊임없이 부정하게 만든다. '남의 눈에 맞춰 사느라
자기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물음에 보디 포지티브 운동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더 이상 자아정체성이 훼손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답한다.

세계 패션·뷰티업계는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대형 유통체인 '타겟'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영복 광고에 무보정 사진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의약업체인 'CVS'는 지난 4월 메이크업 제품 광고에 보정을 거치지 않은 사진을 사용하는 '뷰티 인 리얼 라이프'를 시작했다. 영국 패션브랜드 '아소스'도 올 시즌 화보에 플러스 사이즈의 무보정 사진으로 호평받았다. 영국의 미스가이디드, 리버아일랜드 역시 올초 다양한 사이즈의 모델을 내세우며 보디 포지티브 움직임에 동참했다.

모델 애슐리 그리에엄과 위니 할로우 [사진=스윔슈츠포올·위니할로우 인스타그램]
모델 애슐리 그리에엄과 위니 할로우 [사진=스윔슈츠포올·위니할로우 인스타그램]

그러나 아무리 목놓아 외친다고 한들 사실 하루아침에 '있는 그대로 괜찮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각종 아름다움의 기준이 너무 깊이 내면화돼있기 때문이다. 보디 포지티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살이 찐 것 외에는 예쁜 외모를 갖고 있다는 점, '정신승리'일뿐이라는 비난이 있다. 또 건강에 좋지 않은 과체중이나 비만을 방조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뚱뚱하면 아름답지 않다", "날씬한 모습이 아름답다"는 장벽은 분명 무너지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뚱뚱한 사람은 패션모델이 될 수 없었다.

애슐리 그레이엄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 최초로 미국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수영복을 입고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그는 '두꺼운 허벅지가 생명을 구한다(#thickthighsaveslives)'는 해시태그를 달고 활발한 보디 포지티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공로로 그레이엄은 패션지 글래머가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여성'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해에는 보그 영국판 신년호 표지모델이 됐다. 백반증 모델 위니 할로우는 주변의 차별적인 시선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기도 했지만, 이를 개성으로 승화시켜 당당하게 톱모델 자리에 올랐다.

모델 애슐리 그리에엄과 위니 할로우 [사진=패션지 엘르·바자 표지]
모델 애슐리 그리에엄과 위니 할로우 [사진=패션지 엘르·바자 표지]

1996년 설립된 미국 비영리단체 '더 보디 포지티브'는 나이, 신체사이즈, 성별, 인종에 관계없이 자신의 몸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정적인 신체 이미지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섭식장애, 우울증, 불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현실적인 기준, 목표, 사회적 시선을 버리고 나답게 사는 것, 한 사람의 개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 더 보디 포지티브가 강조하는 대목이다.

더 보디 포지티브 설립자인 코니 솝작은 "보디 포지티브란 '나는 자유롭다'는 뜻"이라면서 "나에 대한 혐오감으로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솝작은 섭식장애로 동생 스테파니를 잃고 단체를 설립했다.
그 역시 10대 시절 섭식장애로 고통받았다.

애슐리 그레이엄 역시 "모든 사람이 자기 몸매에 만족하고, 당당한 삶을 누릴 권리를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니 할로우는 "나는 타인의 잣대로 내 아름다움을 정의하지 않는다"면서 "모두가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축복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