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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예비율 7%대로 추락]이상폭염 전력수요 예측 못한 정부… ‘탈원전 논란’ 부메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7.24 17:29

수정 2018.07.24 21:05

탈원전 논란 자초 왜?
(1) 역대 최대 전력수요 기록
(2)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강행
(3) 산업 전기요금 인상 철회
폭염이 이어진 24일 오후 육군 제50보병사단의 제독차량이 대구시 구암동 일대 도로에 물을 뿌리며 열을 식히고 있다. 이날 경북 영천 경기 여주의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가운데 25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35도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폭염이 이어진 24일 오후 육군 제50보병사단의 제독차량이 대구시 구암동 일대 도로에 물을 뿌리며 열을 식히고 있다. 이날 경북 영천 경기 여주의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선 가운데 25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35도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전력예비율 7%대로 추락]이상폭염 전력수요 예측 못한 정부… ‘탈원전 논란’ 부메랑
이상 폭염에 전력수급 우려가 높아지면서 국가 전력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탈원전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여름철 전력난 수급안정에 대한 안이한 예측과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해 국민은 물론 청와대, 국회에서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부는 "최악의 폭염에 따른 예비전력은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때맞춰 재개된 원전 가동에다 여름철 최대전력 예측치(8830만㎾)마저 크게 빗나가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에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전체적인 전력수급 계획과 전망, 대책에 대해 소상히 국민께 밝혀달라"라고 지시했다. 최근 폭염으로 전력수급이 어려워지자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처럼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산업부의 책임을 묻는 발언이다.


산업부는 폭염 속에 되살아난 '탈원전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논란을 자초한 빌미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크게 빗나간 여름철 최대전력치와 원전 재가동 ②월성 1호기 폐쇄 결정 투명성 논란 ③산업용 전기요금 연내 인상 철회다. 이는 모두 '국가 에너지전환 정책과 연관돼 결정된 사안'이라는 산업부의 설득에도 국민의 눈에는 전력위기 시 원전에 의존하는 모순적 행동이 먼저 보일 수밖에 없다.

①빗나간 여름철 전력수요 예측

전력거래소의 '실시간 전력수급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최대 전력수요는 9248만㎾를 기록했다. 기존 역대 최고치인 전날의 9070만㎾를 넘었다. 이 시간 기준 공급능력은 9957만㎾다. 전날보다 120만㎾가 늘었다. 그러나 전력수요가 계속 올라 공급예비력은 709만㎾로 하락했다. 전력예비율은 7.7%로 2016년 8월 8일(7.1%) 이후 최저치다.

이상 폭염이 이어지자 전력 최대치 시점과 수요치 예측 모두 빗나갔다. 지난겨울에도 수요예측이 틀렸다. 10여차례나 급전지시(수요감축 요청)가 발동됐다. 이달 초 산업부는 8월 2~3주에 올여름 전력수요가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최대 예상치도 8830만㎾다. 하지만 이 예상치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일부터다.

이처럼 예측치가 크게 빗나간 상황에서 원전 운영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예방정비로 멈춘 원전 2기의 재가동 시기를 앞당기고, 또 다른 2기는 예방정비를 8월 중순 이후로 늦춰 가동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최대 수요량의 약 6%에 해당하는 전력 500만㎾다. 국내 원전 24기 중에 19기를 가동(가동률 80% 수준)해 안정적인 여름철 전력수급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점진적 탈원전' 기조의 정부가 예상치 못한 폭염 전력수요 급증에 다급해지자 전력예비율(11%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을 다시 가동하고 있다는 식으로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애초에 국가 발전량의 30%를 넘는 원전 없이는 올여름 전력수요를 맞출 수 없다.

②월성 1호기 폐쇄 타당성 논란

폭염에 앞서 한수원은 이사회를 열어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폐쇄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때가 지난달 15일. 6·13 지방선거로 압승을 거둔 이틀 후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지난해 6월 선언한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을 발표한 이후 결정한 첫 가동 원전 폐쇄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탈원전'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앞서 수명연장을 위해 6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월성 1호기 폐쇄는 한수원이 "강화된 안전기준에 따라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하는 것은 경제성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성(지난해 말 기준 발전원가(120원)가 판매단가(60원)의 2배 수준)'을 이유로 들었으나 석연치 않다는 게 일각의 비판이다. 또 경주 지진(2016년) 이후 가동하지 않고 있는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게 반대 측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은 신고리 5·6호기가 공론화를 거쳐 재건설에 들어간 이후 잦아든 탈원전 논란을 다시 촉발했다.

③산업용 전기요금 연내인상 철회

산업용 경부하(심야시간) 전기요금 인상 철회도 탈원전 논란의 연장선이다. 지난 16일 백 장관은 간담회에서 "산업용 경부하 전기요금은 올해 안에 조정(인상)하지 않겠다. 산업계의 우려를 반영해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산업계를 위한 것"이라지만 이 또한 산업부의 정책 일관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당초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과도하게 사용량이 편중된 경부하요금을 인상하고, 다른 시간대 요금을 인하해 올 연말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을 전면 조정할 방침이다. 에너지 전문가들도 수년째 고착된 전력요금 조정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산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미·중 무역분쟁 심화, 주요국의 보호무역 확산, 국내 생산·투자 위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현 시점에 경부하 요금은 원가 상승을 초래한다는 주장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했다. 게다가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했던 정부가 탈원전해놓고 요금을 올린다 △한국전력의 적자(올 상반기 4427억원)를 메우기 위한 인상 아닌가 하는 탈원전 반대 측만 자극하는 역풍만 가져왔다.


결국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강한 저항과 '전기요금 갈등'으로 탈원전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 산업부가 물러섰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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