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하루 매출 100만원 넘어.. 기존 상인 20~30% 매출↑, 공동 마케팅 등 협업 추진
【 인천=한영준 기자】 #. 2016년 군대에서 대위로 전역한 이경화(32)씨는 해외여행을 하면서 고향의 특산품으로 타르트 같은 과자를 만들어서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 후 고향인 강화도에서 청년몰에서 함께 할 청년상인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본 그는 밤을 새면서 사업계획서를 완성해 지원, 결국 강화도 청년몰에 입점했다. 처음 해보는 요식업 사업이라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끊임없이 메뉴를 개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이마트 스타상품'으로 뽑혀 전국에 있는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지역 명소가 됐다.
지난 8일 찾은 인천 신포국제시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길게 늘어선 줄이었다. 오전 10시30분 아직 열지도 않은 매장 앞에는 땡볕과 무더위에도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지난 6월 문을 연 청년몰 '눈꽃마을'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텐동가게 '온센'이었다.
톡톡 튀는 청년상인들이 청년몰을 들어가 침체해 가던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년몰은 전통시장에 있는 빈 점포 등에 청년상인들이 단체로 입주한 거리다.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청년몰 조성사업을 진행했지만 사후관리가 부족해 폐업사례가 자주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부터 청년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프로그램을 개선하면서 지역명소로 발돋움하고 있다.
■"잠재력 있던 청년상인들, 전통시장과 윈윈"
인천 신포국제시장의 청년몰 '눈꽃마을'은 최근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시장'에 나와 화제가 된 곳이다. 텐동을 파는 '온센', 수제 마카롱을 파는 '마카롱데이즈' 등은 외식업 전문가 백종원에게 극찬을 받기도 했다.
'백종원 효과'가 아니냐는 질문에 신포국제시장 청년몰조성사업단 이혁 팀장은 "방송의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주변에서 점점 인정을 받아가는 추세였다"고 답했다. 이 팀장은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오픈할 때부터 장사가 잘 됐다"며 "그 어떤 청년몰 보다 청년상인들이 치열하게 준비한 곳이라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팀장은 "눈꽃마을을 오픈하기 전 4개월 동안 교육을 진행하면서 '자생력 강화'에 올인했다"며 "예산을 들여 홍보와 마케팅을 해주는 것 보다 홍보대행사 대표님을 모셔와 SNS에서 '해시태크 잘 다는 법'까지 가르쳤다"고 전했다. 현재도 청년상인들이 자체 운영회의를 통해 자체적으로 청년몰을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청년상인들과 전통시장의 기존 상인들은 윈윈하고 있다. 눈꽃마을의 한 청년상인은 하루 매출 100만원을 거두고 있다.
이 상인은 더운데 많은 분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주신다고 방송에서 나온 가격 보다 1000원을 깎아서 인기메뉴를 팔고 있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평균적 20~30% 이상 매출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한 상인은 "장사를 20년 넘게 했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고 감탄했다. 현재 청년상인들은 전통시장에 있는 기존 상인들과 신메뉴와 세트상품 개발, 공동 마케팅 등을 두고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중엔 지역주민이, 주말엔 관광객들로 북적
오후에 들린 인천 강화군 강화중앙시장의 청년몰 '개벽2333'은 상가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푸드코트처럼 조성된 이곳엔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가족들과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강화도 특산품을 이용한 타르트를 만들어 팔고 있는 '강화까까' 대표 이경화 청년몰 운영위원장은 "우리 청년몰은 에어컨이 잘 나오는 실내에 있어서 무더위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며 운을 뗐다. 그는 "주중에는 산책하던 지역주민들이 많이 찾으시고, 주말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며 "3층에 강화도 관광 플랫폼이 자리잡고 있어서 시너지효과가 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엔 '졸업생'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개점멤버였던 '라이스봉봉'과 '편식형제' 2곳은 장사가 잘 돼 청년몰을 나가서 강화읍에 점포를 냈다.
'아버지가 직접 잡은 생선'으로 초밥을 만드는 'MK스시'의 경우 청년몰 매장을 유지하면서 다른 곳에 스시집과 횟집을 내기도 했다. 청년몰에서 쌓은 경쟁력으로 독립과 확장도 되고 있었다.
이곳은 지역 청년들이 다시 고향으로 '컴백'하는 계기도 마련해줬다. 수제케익가게인 '당분소녀'를 운영하는 권혜랑(34)씨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던 여동생과 함께 고향에 내려와 창업을 하게 됐다"며 "인천이나 강화지역에선, 고객 맞춤형 수제케익이 흔하지 않아 단골도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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