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위험한길 빠질 위기..딱한 청소년들 찾아 지원
“제가 미용으로 성공하면 머리 예쁘게 해드릴게요” 학생들과 SNS 수시 연락
“제가 미용으로 성공하면 머리 예쁘게 해드릴게요” 학생들과 SNS 수시 연락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양(18)은 활발한 성격으로 인기가 많은 학생이었다. 그러나 어릴 적 어머니의 재혼과 이혼 등 힘든 가정사로 비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음주와 흡연을 하던 A양은 결국 학교에 적발돼 선도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됐다. 이곳에서 A양은 학교전담경찰관(SPO) 전영은 순경을 만났다. 전 순경은 A양과 꾸준히 접촉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A양의 꿈은 미용사였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미용 학원에 다닐 수 없었다.
전 순경은 지난해부터 위기 청소년에 대해 장학금을 신설한 영등포경찰서 선도심사위원회에 A양의 사연을 건넸다.
결국 A양은 장학금을 받고 미용기구를 구입했다. 경찰의 도움에 A양은 전 순경에게 "다음에 제가 미용으로 성공하면 경찰 선생님들 다 같이 오세요. 공짜로 머리 예쁘게 해드릴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경찰서 단위 첫 시행
영등포경찰서는 자칫 위험한 길로 빠질 수 있는 위기 청소년들을 찾아내 장학금을 주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이 사정이 딱한 청소년들의 사정을 듣고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와 함께 관내 육성회에서 장학금 지원을 하게 된 것이다. 영등포서는 더 많은 청소년이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영등포서 선도심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20명의 청소년에게 장학금 지원을 결정했다. 선도심사위원회에서 처분이 아닌 장학금 지원을 하게 된 것은 전국 일선 경찰서 중 처음이다.
기존의 선도심사위원회는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의 즉결심판이나 훈방 조치를 취했다. 영등포서에서는 보호를 넘어 사회적지원까지 하기로 했다.
지원 배경에는 영등포서 여성청소년과 직원들의 노력이 컸다.
여청과에서는 선도심사위원회에 속한 육성회와 경발위를 찾아가 장학금 신설을 제안했다. 이에 육성회와 경발위는 여청과에서 제안한 인원들보다 더 많은 청소년에게 장학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올해 8월까지 육성회는 12명, 경발위는 8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했다.
■"복지사각 청소년까지 지원"
영등포 지역은 다문화 가정이 많다.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B양(16)은 맞벌이 부모 대신 동생을 돌보면서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딱한 사연을 접한 영등포서는 도서구입비를 지원했다. SPO들은 최소 2주에 한 번 이상 장학 청소년들과 면담을 하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수시로 연락을 취하면서 이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있다.
위기 청소년에 대한 장학금에는 작은 원칙이 있다. 청소년들의 이름으로 된 계좌에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들이 장학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게 하나의 교육이라는 취지에서다. 영등포서는 최근 축구선수가 꿈인 C군(13)에게는 장기적인 지원이 결정됐고 하반기부터 지원 대상과 폭을 늘릴 예정이다.
송면 여청과장은 "지역 사회와 경찰이 연계해 위기 청소년을 찾아내고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앞으로 위기 청소년들이 사회의 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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