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서명] 韓, 美에 픽업트럭 내주고 독소조항 'ISDS' 개선 내년 1월 1일 발효 목표
文대통령, 車관세 예외 요청 트럼프 확실한 메시지는 없어 강행땐 FTA개정 의미 퇴색
文대통령, 車관세 예외 요청 트럼프 확실한 메시지는 없어 강행땐 FTA개정 의미 퇴색
한국과 미국이 내년 1월 1일 발효를 목표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최종 절차에 착수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미 FTA 개정 문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한·미는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최종 단계를 끝냈다. 양국은 의회 절차만 거치면 개정 FTA는 발효된다. 미국은 의회 승인 없이 협의만 하면 되지만, 우리는 국회 의결을 거쳐야 발효된다.
■김현종 "한·미 FTA, 불확실성 해소"
2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양국은 내년 1월 1일까지 FTA를 발효한다는 목표다. 이번에 서명된 개정 의정서 2건에 대해 '통상조약의 체결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에 비준 동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 FTA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자동차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는 대신,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 소송남발을 제한하는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한·미 경제동맹'을 조기에 재정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미국의 '자동차 관세'라는 더 큰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관세가 실현되면 FTA 개정 의미는 훼손된다. 이날 이후 개시될 FTA 국회 비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철강관세 등 대(對)미국 통상분쟁을 일정부분 해소했다는 점을 이번 개정의 큰 성과로 꼽았다. 김 본부장은 서명 당시 뉴욕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 주요국들이 미국과 치열하게 통상 분쟁, 통상 쓰나미에 휩싸인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되고 서명된 무역협정이 한·미 FTA 개정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정 서명식에서 "취임 첫날부터 공정하고 호혜적인 방식으로 무역협정들을 재협상할 것이라고 미국인들에게 약속했다. 우리가 처음 약속을 실천했다. 한·미가 무역협력의 본보기를 세웠다"며 무역분야의 첫 주요 합의(메이저 딜)로 한·미 FTA를 개정한 것이 자신의 치적임을 강조했다.
■美 요구대로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
한·미 개정 FTA의 핵심은 미국의 관심 이슈였던 자동차시장 개방이다. 미국은 한국에 수출하는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2021년 1월 1일)를 20년 연장해 2041년 1월 1일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산 픽업트럭의 미국 수출길이 앞으로 20년 이상 막히는 셈이다. 또 우리나라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미국산 자동차 수입물량이 제작사별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어난다. 한·미 FTA 이후 미국산 빅3 자동차 연간 수입물량이 2만대에 못미쳐 국내 산업에 실질적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우리가 자동차시장을 미국에 양보한 대신,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던 ISDS를 개선했다. ISDS를 통한 소송 남용을 제한하고,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을 보호하는 요소 등을 협정문에 반영한 게 그것이다. 엘리엇 사태(2018년)' '론스타 사태(2012년)'와 같이 미국계 헤지펀드 등이 정부를 상대로 ISDS 소송을 중복해 제기하거나 남발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은 "ISDS 중복 제소 방지는 우리나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도 없는 조항"이라고 했다. 또 미국 측이 "차별적 조치"라며 개정을 요구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는 한·미 FTA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올해 말까지 개정안을 마련한다.
■美 자동차관세 땐 'FTA 개정' 의미 잃어
한·미 간 개정 FTA 서명이 양국 통상이슈의 완전한 문제해결은 아니다. 우리 경제와 고용에 상당한 후폭풍이 우려되는 '자동차 관세'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일본·유럽 등 자동차 제조국을 상대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빌미 삼아 최대 25% 관세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FTA 개정을 '통상압박 출구'로 삼는다는 계산이다. 미국이 요구한 자동차 문제가 FTA 개정에서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점을 들어 한국 자동차는 '관세 면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지난 8월말 국회에서 "우리는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관심사항을) 벌써 다 해결했다. 이 때문에 당연히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대미 무역흑자 폭이 크게 줄었고(올 상반기 25% 하락) △한국의 대미 자동차수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다는 점 등을 들어 "자동차 관세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해보라"고 지시했으나, FTA 서명 전후로 미국 정부가 우리 측에 '자동차 관세'를 면제한다는 확실한 메시지는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예측불가한 트럼프의 추가 통상압박에 대응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는 약속대로 FTA에 서명하면서 자동차 관세에 대한 우리 측의 반대 입장(명분)을 강화하려는 생각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미 FTA 비준이 완료된 상황에서 미국이 자동차 관세 등을 압박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카드(안전장치)가 있을지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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