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나무가 법적지위 얻기도 한국, 인간에서 생태공동체로 권리 개념 확장할 필요 있어"
퓨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철창 밖으로 뛰쳐나왔을 때. 엽사들이 쫓아올 때 퓨마는 무엇을 위해 달렸을까.
윤상훈 사무처장(사진)은 인권을 넘어 생명권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때라고 말한다.
지난 20일 서울 성북로 녹색연합 사무실에서 윤 사무처장을 만났다. 1층에는 천연기념물 산양 박제가 있다. 윤 처장은 "겨울 내내 먹이가 부족해 굶어죽은 산양을 구조한 적이 있어요. 그때 죽은 산양을 기억하기 위해 박제로 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살된 퓨마를 박제하자는 말이 나오자 여론이 반발했다"며 "예전과 많이 달라진 분위기예요. 생명이 죽은 뒤에도 고이 잠들길 바라는 쪽으로 감수성이 변하는 것 같다"고 했다.
동물 역시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이다. 사람이 가두고 일방적으로 즐기면 동물은 괴롭다. 윤 처장은 "인간 권리가 아니라 생태 공동체로 권리 개념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며 "자연의 권리가 확장된다고 인권이 침해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흔히 동식물이 자라는 습지가 있고, 이를 개발하려는 인간의 목소리가 있다. 윤 처장은 동물과 인간은 대립관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함께 자연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는 "산양 서식지가 파괴돼 산양을 원고로 두고 변호인이 그들 권리를 대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법은 인간 주체만 인정하지만 환경윤리들이 더 다양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선 자연 역시 삶의 일부로서 법적 지위를 얻기도 한다. 인간, 동물뿐만 아니라 나무도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논쟁이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 덕분이다.
윤 처장은 "뉴질랜드 원주민들이 오래 거주했던 강이 소송 당사자가 되기도 하고, 나무가 권리를 갖기도 한다"며 "자연 역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라고 말했다.
올해 환경문제가 연일 불거졌다. 봄에는 미세먼지, 여름에는 폭염, 일회용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윤 처장은 "우리 생활에 지금껏 환경문제는 주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그만큼 환경문제가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녹색연합 사무실 바깥으로 북악산이 보였다. 윤 처장은 2003년부터 16년간 녹색연합에서 일했다. 그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갯벌과 철새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배를 타고 해상 시위도 했다. 하지만 모두 흙으로 덮였다. 갯벌에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울분을 삭이던 시절이었다.
그는 "(환경운동하며) 지금껏 성공 경험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환경과 생명에 대한 사람들 인식이 변한다"며 웃었다.
윤 처장은 조금씩 변하는 시민들 생태 감수성에 희망을 건다. 윤 처장은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했다. 자연미(美)에 대한 논문을 썼다. 그가 보는 아름다움은 갇힌 퓨마가 아니라 숲을 달리는 모습일 테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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