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타투에 대한 불편한 시선, 나만 느끼나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06 09:00

수정 2018.10.06 09:00

타투 업계 종사자 2만명, 타투 보편화됐지만 불량아 등 부정적인 시선 많아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타투 시술하면 불법.. 미용 vs. 의료 행위, 여전히 논쟁 중
개인의 취향 존중하고 법제화되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 지난 7월 한 소방관의 타투가 눈길을 끌었다. 왼쪽 가슴에 심전도 곡선을 그려 위에는 ‘Korea Fire Fighter’, 아래에는 ‘나는 장기/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라는 문장을 새겼다. 그가 타투를 새긴 이유는 장기 기증을 등록했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알아보기 쉽게 몸에 해당 내용을 새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타투 사진은 널리 알려지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요즘 길거리에서는 타투를 한 사람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손, 목덜미, 팔뚝 등 새기는 부위도 다양하다.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도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서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폭력성, 일탈, 혐오감 등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단지, 타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량아’ 취급을 받고,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당한다. 해외에서는 타투의 작품성을 인정하며 전시회를 개최하고, 자격 조건을 갖추면 허가해주고 있지만, 우리는 ‘비주류 문화’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타투는 보편화되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지만 하위문화로 취급하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등 부정적인 시선들이 여전하다.
타투는 보편화되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지만 하위문화로 취급하거나 혐오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등 부정적인 시선들이 여전하다.

■ 타투 시술, 의료인이 아니면 불법.. 위반하면 징역 2년 이상

타투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타투 시술은 의료인이 하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불법이다. 타투 시술을 받은 사람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타투 시술을 하면 ‘무면허 의료 행위’로 처벌을 받는다. 보건범죄단속법 제5조에 따라 2년 이상의 징역과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타투이스트들은 끊임없이 타투 합법화를 위해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1992년부터 의료계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하는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보건범죄단속법 관련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한편, 의료계는 위생이 보장되지 않는 장소에서 타투 시술을 하면 감염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외부 물질을 주입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도 일으킬 수 있어 타투 합법화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타투에 대한 편견 여전.. 개인의 취향 존중해야

대학원생 정은수(가명·27)씨는 5년 전 타투이스트 지인의 권유로 타투를 했다. 의미 있는 문구를 새겨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가끔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

은수씨는 “본인이 떳떳하다 하더라도 어른들은 여전히 문제아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회사 같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조직에서는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정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체생활을 할 때는 타투를 가리는 편”이라며 “타투도 머리 염색처럼 개인의 취향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주부 이정민(가명·33)씨는 삶의 중요한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타투를 했다. 타투에 대해 만족감은 높지만 취업할 때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있어 후회한 적이 있다.

정민씨는 “중동 쪽 항공사에 지원하려고 봤더니 ‘지원 불가’라고 해서 아쉬웠다”며 “무조건 타투를 안 좋게 보는 시선 때문에 불편하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사람들이 타투에 대해 물어봤을 때 스티커라고 거짓말을 한 경험도 있다”며 “어른들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고 불량하다고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타투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타투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 한국·일본만 불법.. 법제화되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타투 업계 종사자들은 시대 흐름에 맞게 타투를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만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일정 요건만 갖추면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자격을 부여하거나 허가해주고 있다. 실제로 영국은 비의료인도 교육을 통해 시술 자격을 부여받으며, 프랑스는 각 지역 규정에 따라 허가를 받는다. 중국과 필리핀은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타투 시술을 할 수 있게 일종의 자격 제도를 운영한다. 미국은 41개 주가 문신 관련 자격증 또는 면허 제도를 운영하면서 업체들을 엄격히 관리한다.

타투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타투를 받은 사람은 100만 명이 넘고, 관련업계 종사자는 2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타투는 미용으로 봐야 하는지, 의료 행위로 봐야 하는지 여전히 논쟁 중이다.
하지만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타투 시술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 및 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다.

타투는 흉터를 가릴 수 있는 순기능과 타투이스트를 양산할 수 있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이미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불법을 막지 못할 것이라면 법제화되어 위생, 안전 교육 등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hyuk7179@fnnews.com 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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