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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 그 많던 잠자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0.15 10:43

수정 2018.10.15 15:27

-가을 잠자리, 여름 폭염에 보기 어려워 
-잠자리는 물 떠나 살 수 없어 
-도시화...습지 사라지면 잠자리도 사라져 
올해 가을, 그 많던 잠자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앞으로 가을 하늘을 수놓던 고추잠자리를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대도시에 잠자리가 눈에 띄게 줄어 아이들이 빈 잠자리채로 돌아올 때가 많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폭염과 도시화로 습지가 사라지면서 도심에서 잠자리를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기록적 더위에 습지 말라
15일 생태 전문가 등에 따르면 올해 잠자리가 사라진 원인은 여름철 ‘폭염’다. 섭씨 40도까지 치솟은 열기로 습지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폭염일수가 늘어나고 강수량은 줄면서 얕은 습지가 증발하고 있다. 서식지가 건조하면 잠자리 유충은 성장하지 못하고 죽는다.

잠자리는 물 없이 살 수 없는 곤충이다. 잠자리는 물가에 알을 낳고 유충도 물속에서 산다. 잠자리는 곤충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다. 낮에 먹이가 풍부한 습지 근처를 날며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다.

잠자리가 살기 알맞은 온도는 20도에서 25도 사이다. 온도가 30도 이상으로 오르면 열기를 피해 그늘이 많은 나무나 숲에 가만히 매달린다. 40도가 가까워지면 잠자리가 사는 환경에서 벗어나게 돼 생존이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잠자리는 대체로 봄 출현 잠자리와 여름 출현 잠자리로 나뉜다. 봄 잠자리는 4월 하순부터 여름 장마철까지 산다. 반면 가을에 볼 수 있는 고추좀잠자리 등은 여름에 성장해 10월까지 사는 여름 출현 종이다.

다만 올 여름 모기가 줄면서 잠자리까지 줄었다는 건 과장된 부분이 있다. '한국의 잠자리 생태도감' 등을 펴낸 정광수 수생태연구소 소장은 "잠자리가 장구벌레를 먹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더러운 웅덩이에서도 자라는 모기와 잠자리가 사는 습지는 서식환경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도시화에 사라지는 습지 생태계
전문가들은 잠자리 등 계절 곤충이 감소하는 건 도시에서 점점 습지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 놓는다. 여름 더위 보다 더 큰 원인은 도시화라는 뜻이다.

정 소장은 "한국에서 대모잠자리가 2012년 멸종위기종으로 선정됐다. 평지 습지에 사는 종이다 보니 주변에 주거지가 만들어진 게 원인"이라며 "영종도, 대부도에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면서 대모잠자리 70%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청계천과 같이 도심에 인공적으로 만든 하천에서도 잠자리가 서식하기 어렵다. 잠자리를 비롯한 곤충들과 수생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그나마 시골 논과 습지는 잠자리가 살 수 있는 곳이지만 도시는 서식지가 마땅하지 않다"며 "잠자리는 연꽃, 부레옥잠 등 수생식물이 자라고 식물에 거주하는 작은 곤충이 있어야 함께 살 수 있다.
인공 개천에서는 살 수가 없다"고 밝혔다.

녹색연합 윤상훈 사무처장은 "서울시에서 습지 관련 정책은 이렇다 할 게 없다.
복개된 지류지천을 열어 물길을 복원하는 건 물리적으로 힘들다"며 "현재처럼 생태지역을 지정하는 정도에서는 점점 잠자리 등 동물을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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