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강근주 기자] 조선 태조 이성계가 포천 신북면 지동산촌마을을 방문했을 때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수많은 은행잎이 금빛으로 흩날리자 이에 매료된 태조 이성계는 은행나무 아래서 감탄하며 잣죽을 들었다. 이를 계기로 금동리 마을에서 생산되는 잣은 왕실에 진상되기 시작했다.
태조 이성계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은행나무는 이제 수령 1000년을 자랑한다. 높이 약 30m, 둘레가 약 8m로 성인 여덟 명이 끌어안아야 할 정도로 덩치가 크다. 이 은행나무는 오랜 세월 마을과 희로애락을 같이 해온 이곳의 보물이다. 1982년 10월에는 정자목 보호수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은행나무에 마을 사람이 각별한 애정을 보이는 이유에는 신령스러움도 들어있다. 한국전쟁 등 마을에 변고가 생길 때마다 은행나무는 소리 내 울어 마을 사람에게 변고를 미리 알려줬다고 전해진다. 그 덕에 마을은 변고로부터 덜 피해를 볼 수 있었다.
마을은 각종 전설을 간직한 은행나무에서 나온 잣을 판매해 지역주민 평생교육에 쓰고 있다. 실제로 신북면 지동산촌마을 일대에서 생산되는 포천 잣은 그 품질이 뛰어나기로 이름이 높다. 눈부실 듯 샛노란 은행잎 위에서 향긋한 포천 잣으로 만든 잣죽을 한 술 떴을 태조 이성계 심정은 직접 방문해 잣죽을 맛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이관영 지동산촌마을 운영위원장은 26일 “우리 마을은 천년 은행나무 외에도 수백년 된 은행나무들이 지키고 있는 마을이라 방문하는 모든 분의 마음에 평안한 쉼과 포근한 안식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1000년 은행나무의 고장 지동산촌마을은 행정안전부 지정 정보화마을로 산촌 체험과 숙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동산촌마을 체험에 관심 있는 경우 마을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kkjoo0912@fnnews.com 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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