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룸살롱 황제'의 모함이었나.. 뇌물 혐의 경찰관 1심 무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5 16:51

수정 2018.11.05 16:51

불법 성매매 유흥업소로부터 동료가 받아온 뇌물을 나눠가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대규모로 유흥주점을 운영하며 '룸살롱 황제'로 불렸던 이경백씨가 자신을 수사한 경찰관에 앙심을 품고 평소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동료 경찰관을 회유해 허위 진술을 하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김태업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07년 강남경찰서에서 근무하면서 불법 성매매 유흥주점 단속 업무를 담당한 박씨는 동료 경찰관 정모씨가 단속 무마 등을 명목으로 10여개 유흥업소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상납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씨는 정씨로부터 자신이 관리하는 불법업소를 단속하지 말고, 단속하더라도 잘 봐달라는 명목으로 총 36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정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 2010년 이경백을 수사해 구속하는 데 일조했는데, 이경백이 여기에 앙심을 품고 자신과 친하거나 약점을 알고 있는 정씨 등을 사주해 내가 뇌물을 수수한 것처럼 허위진술을 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정씨의 진술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씨가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정씨가 자신의 진술에 따라 징계 등 불안정한 지위에 있음을 알고 그를 회유해 박씨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뇌물공여 사실을 진술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당시 많은 경찰관이 이경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정씨는 불법 업소로부터 1억7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자백했음에도 추가 조사나 아무런 징계처분을 받지 않았고 명예퇴직까지 했다"며 "정씨가 형사상, 신분상 불이익을 피하고자 박씨에게 금전을 교부했다고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도 법정에 나와 "박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사실이 없다.
내가 빠져나가기 위한 허위진술이었다"고 자신의 검찰 진술을 뒤집었다.

검찰은 박씨가 사용한 차명계좌에 현금 및 자기앞수표로 2억3600여만원이 입금된 사실, 자기앞수표 발행자에 유흥업소 운영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된 사실 등도 증거로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가 유흥업소 운영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하나, 공소 사실에 대한 간접사실 내지 박씨의 성행을 보여주는 자료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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