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활동 3년만에 최저.. 12월 기업 신규주문도 '뚝'
中 지도부, 악화된 지표들에 지방정부 자체 통계발표 금지
갈등 봉합 적극 나설듯
中 지도부, 악화된 지표들에 지방정부 자체 통계발표 금지
갈등 봉합 적극 나설듯
중국 지도부가 예상보다 심각한 무역전쟁 충격에 당혹해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도부가 대외적으로는 경제 흐름에 이상이 없다면서 불안한 경제심리를 다독이고 주식투자를 독려하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난 두 달 간 심각한 경제상황에 대응한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초기의 강경대응에서 벗어나 시진핑 중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배경으로 보인다. 7~8일, 그리고 다음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이 적극적인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성장 흐름이 끊어졌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두달간 겉으로는 미중 무역전쟁 충격 속에 주가가 폭락하자 충격은 그저 주가 하락에 그칠 뿐이라면서 지금이 저가 매수기회라고 강조하기까지 했지만 지도부가 모여 사는 중난하이 안에서는 무역전쟁의 심각한 충격파에 당혹해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무역전쟁이 합선을 일으켜 중국의 성장세를 끊어놨다는 결론을 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공세는 특히 수출 제조업체에 심각한 타격을 줬지만 다른 산업부문에도 충격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기업 신규 주문이 줄어들고 있고, 공장들은 생산을 줄이고 있으며 투자·고용 결정도 연기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지난 수년간 산업구조를 수출 제조업 중심에서 내수 서비스업 위주로 전환하려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1에 육박하기 때문에 공장 가동이 둔화되면 경제는 심각한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최근 경제지표들은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영 대기업, 민간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지난해 12월 신규주문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고, 제조업 활동은 약 3년만에 최저수준을 찍었다. 또 3년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중국 제조업 대기업들의 순익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악화하는 제조업 활동 지표는 2011년 이후 8년이나 지속됐던 지방정부의 자체 통계 발표 금지조처로까지 이어졌다. 중 국가통계국은 전자·화학·자동차부품 수출허브인 광둥성의 자체 월간 지역제조업활동 지표 발표가 '불법'이라며 갑자기 금지했다. 통계 집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심각한 지표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지도부의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미국의 관세는 부과 대상이 아닌 업체들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미 수입업체들이 추후 관세가 매겨질 가능성을 대비해 다른 나라로 공급선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타결 내부압력도 고조
무역전쟁 충격 여파에 따른 경제활동 둔화는 제조업에서 그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고, 이때문에 자동차부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소매 판매가 부진을 겪고 있다.
애플이 지난주 실적전망을 하향조정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배경도 중국 소비둔화였다. 베이징의 중앙정부는 인프라 투자와 같은 대형 재정 프로젝트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하지만 지방정부가 이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각 지방정부는 이미 몇 해를 빚을 내 경기부양에 나섰던 터라 재정여력이 사실상 바닥난 상태다.
중앙정부의 경제정책에 조언을 하는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해 4·4분기 GDP 성장률이 6.5%를 밑돌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고, 앞으로도 떨어질 일만 남았다고 비관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더 늦출 수 없게 됐음을 뜻한다. 정부 자문 중 한 명은 "중국 경제가 의심할 바 없이 더 심각한 하방압력에 직면해 있다"면서 "얼마나 나쁠지, 경기부양책을 얼마나 강하게 펼지는 대부분 미국과 무역갈등을 얼마나 빨리 매듭지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는 7일부터 협상 테이블에서 미 대표단과 마주앉게 되는 중국 협상팀이 협상을 신속히 끝내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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