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해봄’은 잘못된 시민 의식과 제도, 독특한 제품·장소, 요즘 뜨거운 이슈 등 시민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코너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독한 팩첵커’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달려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각 지자체는 폭설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제설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제설함’은 파란색 제설함과 노란색 제설 도구함으로 구분됩니다. 제설함은 염화칼슘이나 모래를 넣어두는 곳인데요. 제설제를 길에 뿌릴 수 있는 제설용 삽이나 바가지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지하철역 인근과 시·구청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 위주로 설치된 제설 도구함에는 눈을 쓸어 없앨 수 있는 넉가래, 빗자루, 제설삽이 각각 3개씩 비치돼있죠.
해마다 겨울이 되면 제설함은 몸살을 앓습니다. 일부 시민들이 몰래 버리는 생활 쓰레기 때문입니다. 사실 쓰레기 무단 투기는 여름에도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부터 무료로 제설 도구함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데요. 제설 도구를 쓰고 반납하지 않는 문제점도 여전합니다.
눈이 온 지난 12월 13일과 그 다음날, 그리고 눈이 오지 않은 주말 하루를 선정해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나섰습니다. 강북구, 광진구, 노원구, 종로구, 중랑구, 중구에 설치된 제설함과 제설 도구함의 상황은 어땠을까요? 한번 확인해보겠습니다.
■ 심각한 제설 도구함 ‘쓰레기 무단 투기’
제설제를 보관하는 파란 제설함은 어땠을까요? 주택가 골목에 비치된 제설함은 비교적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다 쓰고 빈 제설제 봉투와 휴지를 버린 곳 그리고 삽이 분실된 곳이 몇 군데 있었지만, 대개는 제설제를 잘 보충해 놓고 설해를 대비하고 있었죠. 하지만 등산로에 설치된 제설함에서 등산객이 버린 걸로 추정되는 종이컵이 몇 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제설함보다는 제설 도구함 쪽이 더 문제였습니다. 지하철 7호선 중화역 사거리에 설치된 제설도구함에는 종이컵, 전단지, 음료수 캔, 비닐 등 생활 쓰레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인사동 보행로에 놓인 제설 도구함은 전단지가 많이 쌓여 있었고, 담배 꽁초도 하나 발견됐습니다. 다행히 불씨는 꺼져 있었지만 작은 부주의가 화재로 번질 수 있어 위험해보였습니다.
제설 도구함은 넉가래 등을 보관하기 위해 뚜껑에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제설함보다 쓰레기를 버리기 딱 좋은 구조라는 거죠. 일부 얌체 시민들이 이 점을 악용해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있고, 제설함을 둘러싼 고질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사라진 ‘제설함 어플’.. 기술 변화 따르지 못한다는 비판도
서울 시내에 설치된 제설함은 3,737개. 서울시는 ‘서울열린데이터광장’ 홈페이지에 ‘서울시 제설함 위치정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상세 위치가 정리돼있어서 급할 때 제설함을 찾기 용이하죠. ‘서울안전누리’ 사이트 내 ‘제설시설물’ 페이지에도 제설함, 염화칼슘 보관함, 무료 제설도구함 등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습니다. 명동에서 만난 한 30대 직장인은 “서울시 뿐 아니라 지자체 홈페이지를 보면 메뉴는 많은데 막상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제설함 위치를 정리한 사이트가 있다는 것도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습니다.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2014년 서울시는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한 제설함 위치 정보 애플리케이션 ‘눈치해치’를 무료 보급했습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한정으로 출시된 이 어플은 현재 구글 플레이에서 검색되지 않습니다. 대학생 A씨는 “시민들이 만들어 준 서비스도 정착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와 제설 도구 미반납 문제와 동시에 시민들이 제설함을 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기 위한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관계 당국이 해결해야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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